네이버·카카오 등 “인프라 투자비 글로벌기업 대비 한계”
사피온·리벨리온·퓨리오사 등 “정부 R&D 예산 확대해야”

류수정 사피온코리아 대표가 2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류수정 사피온코리아 대표가 2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챗GPT가 촉발한 ‘초거대 인공지능(AI)’ 분야 주도권을 쥐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사피온코리아, 리벨리온, 퓨리오사AI 등 국내 AI 반도체 개발사들은 AI 반도체 시장에 지배적 사업자가 없는 만큼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한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R&D) 지원 확대를 요청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AI 서비스 기업들은 초거대 AI 운영을 위한 그래픽처리장비(GPU) 등 인프라 확보와 운영을 위한 정부의 예산 지원을 촉구했다. 초거대 AI를 위한 운영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지만,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규모인 탓에 경쟁력 확보가 어렵단 이유다.

2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초거대 AI 시대의 대한민국 그리고 AI 반도체 전쟁’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IT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오픈AI의 챗GPT 공개 이후 초거대 AI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AI 반도체 수요 또한 급증하고 있다. IT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0.9% 증가한 534억4500만달러(한화 약 71조2475억원), 오는 2027년에는 올해 시장 규모의 두배 이상인 1194억달러(약 159조172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AI 반도체 시장은 지배적 사업자가 없는 초기 단계의 시장으로, 글로벌 기업(엔비디아,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시장 진입이 활발하다. 국내 기업 중엔 SK그룹 AI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사피온코리아를 비롯해 리벨리온, 퓨리오사AI 등이 제품을 개발중이다.

◇ “글로벌 AI 반도체 기술 격차 확대···정부 주도 생태계 구축 필요”

이날 토론회에선해외 주요국과의 AI 반도체 기술 경쟁력 격차가 커지고 있단 지적이 나왔다. 기술 혁신 생태계를 갖춘 국가가 전세계 우수 인재, 기업 및 자본을 흡수한 데 따른 결과다. 이에 정부 차원의 AI 반도체 기술 혁신 생태계 구축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단 주장도 나왔다.

김진우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기술경영학부 교수는 “비 전통 반도체 기업들도 설계 능력만 있으면 AI 반도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바이두 등 기업들이 진출했다”며 “성공적인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 한국은 2030년까지 AI 반도체 고도화에 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지만, 다른 국가는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전략을 가져갈지가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의 AI 반도체 기술 경쟁력과 선두 국가들과의 격차는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첨단 AI 반도체 기술 개발에 핵심인 산학공동협력에 소홀했다. 그렇다 보니 AI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한국의 기술 혁신 생태계가 취약하다”며 “글로벌 산학 협력과 첨단기술 기반의 스타트업 육성으로 경쟁력 있는 AI 반도체 기술 혁신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생태계 구축을 이끌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AI 반도체 개발사들은 정부 차원의 AI 반도체 수요 창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새 제품 개발 시 세제혜택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실증 사업 규모를 확대하는 등 정책 지원에 나서야 한단 것이다. 특히 AI 반도체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관련 R&D 예산을 늘려야 한단 주장도 나왔다.

류수정 사피온코리아 대표는 “현재도 다양한 지원사업을 통해 다양한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있지만, 대규모 사업 운영 실적 확보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글로벌 시장 진출의 교두보 마련을 위한 정부 주도 대규모 사업이 필요하다”며 “또 내년 AI 반도체 관련 R&D 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AI 반도체는 아직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없기 때문에 초기 시장 선점이 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해선 국가 차원의 지속적 R&D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스타트업들은 인력이 적어서 그렇지 좋은 인력들로 구성돼 있다. 다만 생태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 엔비디아의 생태계를 깨뜨릴 수 있을지의 관점에서 보면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다”며 “부족하지만 이 싸움을 치열하게 할 수 있는 터를 만들어 주는 게 지금의 실증사업들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 않다.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들의 초기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2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초거대 AI 시대의 대한민국 그리고 AI 반도체 전쟁’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엄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 국장, 류수정 사피온코리아 대표,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 김진우 카이스트 교수,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센터장, 김형래 카카오브레인 부사장, 정민석 꿈많은청년들 CTO, 제성원 뤼튼테크놀로지 CPO 순 / 사진 = 김용수 기자

◇ “AI 기술 인프라 투자비 지원 필요”

AI 서비스 기업들은 정부에 초거대 AI 개발·운영을 위한 인프라 투자비 지원을 요청했다. 현재 글로벌 기업 대비 컴퓨팅 인프라에 대한 투자 규모가 차이가 커 AI 기술 경쟁력 강화에 한계가 있단 이유에서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은 “초거대 AI 사전훈련을 위해선 강력한 컴퓨팅 인프라가 필수다. 개별 기업에서 슈퍼컴퓨팅 인프라를 도입하고 있지만, 투자 규모에서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이 어렵다”며 “공공 활용을 전제로 민간 클라우드 기업에 초거대 AI 사전학습 가능한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하고 경험이 많은 민간 클라우드에 위탁 운영하는 형태의 공동투자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이미 일본 정부는 자국 AI를 위해 소프트뱅크에 550억원의 현금을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하 센터장은 “초거대 AI는 개발비용은 물론 일상생활과 일하는 방식에 스며들어 생산성 혁신을 가져옴에 따라 사용자 및 트래픽이 폭발적 증가가 예상된다”며 “현재 학습은 물론 초거대 AI 운영을 위한 GPU 등 인프라 확보와 운영에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정부 차원에서 초거대 AI 운영 인프라 투자 혹은 운영비를 공동투자 개념으로 지원하면 활용하는 스타트업이나 교육기관의 비용 부담 경감 가능하고 신사업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I 반도체 생태계 구축과 관련해선 AI 반도체 개발사들이 실제 수요기업(AI 서비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단 주장도 나왔다.

하 센터장은 “실제 서비스 운영에서 생기는 현상이 AI 반도체 설계에서 잘 반영돼야 한다. 모델에 대한 기본적인 처리 방법, 모델을 경량화하는 방법이 반도체에 같이 녹아들어가 있어야 한다”며 “이는 AI를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기업들만 가지고 있는 정보이다 보니, AI 반도체 설계 기업이 어떤 기술 수요가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말 도움이 될만 한 제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 부분은 국가 과제에도 잘 반영되고 실행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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