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의 노조활동 불법개입 및 민간인 사찰 내용···1심 “공개 거부할 이익 없어”
국정원 항소에 피해자인 해고노동자 “노동3권 유린한 국가기관···기계적 항소 안타까워”

2020년 11월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실시된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내부. /사진=연합뉴스
2020년 11월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실시된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내부.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국가정보원(국정원)이 이명박 정부 당시 KT노동조합 선거에 개입하고 민주노총 탈퇴에 개입한 문건을 추가로 공개하라는 1심 법원 판결에 불복했다.

불법 사찰의 피해자이자 해고노동자인 원고는 국가기관의 기계적인 항소가 아쉽다고 평가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정원은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이 국정원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 1심에서 패소하자 최근 항소장을 제출했다. 항소심은 서울고법 행정3부에 배당됐으며 아직 피고 측 준비서면이 제출되지 않아 국정원의 항소이유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원고인 조 위원장은 특별한 항소 이유가 없을 것이고 항소심 판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1심 재판부는 국정원으로부터 비닉(庇匿, 덮어서 감추는 것)처리 되지 않은 원본을 제출받아 살펴본 뒤 공개하라고 판결했다”라며 “문건의 내용 역시 국가기관이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유린한 내용으로 그 동기도 좋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국가는 1심 판결을 수용해야 하는데 시간끌기를 위해 항소한 것 같다”라며 “해고노동자는 시간과의 싸움을 하고 있는데 기계적인 항소가 매우 안타깝다”라고 덧붙였다.

조 위원장은 지난 2020년 11월 및 2021년 6월 국정원에, 자신에 대한 사찰 및 KT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관련 등 관련자료를 공개하라는 내용의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조 위원장이 정보공개를 청구한 문건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국정원이 생산한 ‘KT노조 위원장 선거 관련 동향 및 전망’, ‘조태욱 KT 노조위원장 출마 예상자 동향 및 OO의 대응 동향’, ‘KT노조위원장 선거 판세 분석 및 전망’, ‘온건후보 KT노조위원장 당선을 위한 당원 지원활동 실태’, ‘KT 노조의 민노총 탈퇴 추진 관련 활동 내용’ 등 14개 문건 중 ‘비닉’(庇匿, 덮어서 감추는 것)처리된 부분이다.

이에 국정원은 202년 12월 및 2021년 7월 각 정보의 일부 내용을 비닉처리한 후 ‘부분 공개’했다. 그러나 문서 내용 상당 부분이 가려진 채 공개돼 내용 파악이 어려웠고, 이에 조 위원장은 재차 정보공개를 청구한 뒤 기각되자 이번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과정에서 국정원은 3개의 비공개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공개 시 국정원 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없고, 국가기관이 노조활동에 불법 개입한 정보공개를 거부할 정당한 이익도 없다고 판단했다.

국가정보원이 문서 상당부분을 비닉 처리(붉은색 박스)한 채 공개한 문서 중 일부. / 사진=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 제공.
국가정보원이 문서 상당부분을 비닉 처리(붉은색 박스)한 채 공개한 문서 중 일부. / 사진=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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