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생활화에 개 식용 금지 여론 확산···여야도 관련 입법 공감대
기본권 침해 논란에 업계 반발도 본격화···농해수위 결의안 처리 보류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반려동물을 기르는 집이 늘면서 개고기 판매를 법적으로 금지해야 한단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국회도 여야 모두 개 식용 금지 법안 취지에 공감하고 입법 논의도 속도를 내면서 연내 법제화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기본권 제약 논란과 보상 문제 등 난제에 더해 농장주 등 업계 반발 등도 있어 낙관론은 이르단 관측도 제기된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대표적 반려동물인 개를 식용하는데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개 식용은 금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홍콩, 대만, 필리핀, 태국 등은 과거 개 식용 관습이 있었으나 법으로 금지했고, 중국과 인도네시아도 개 식용 금지 입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 개 식용은 제도적 모순을 갖고 있다. 개를 사육하는 것은 합법이지만 도살하고 식품으로 유통하는 것은 불법이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이에 정부도 2021년 12월부터 개 식용 종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세부 내용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올해 3월 이후엔 논의가 멈춘 상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개 식용 종식을 촉구하고 대통령실도 호응하면서 개 식용 문제가 정치권에서 주요 화두로 다시 떠올랐다. 여야는 지난달 하순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초당적 의원모임’을 출범시키며 개식용 종식 의지를 확인하기도 했다. 의원모임 관계자는 “오는 11월까지 개 식용 관련 법안들을 입법까지 마무리한단 목표”라고 말했다.

최근 여야 의원들은 개식용 종식 관련 법안 및 결의안을 잇따라 발의하고 있다. 지난달 이후 안병길·이헌승 국민의힘 의원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각각 개식용 금지 특별법안을 발의했고, 박홍근 민주당 의원과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은 각각 개식용 종식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법안 내용은 여야간 큰 차이가 없다.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하거나 도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개를 사용한 음식물을 취득·유통·판매하거나 섭취·알선 행위도 원천 차단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 규정도 마련했다. 개 식용을 종식하기 위해 식용개농장 폐쇄·폐업과 관련 지원이 포함된 개식용종식 기본계획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관련 상임위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내에선 대체로 법안 취지에 공감하지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단 분위기다. 

개 식용 문제는 관련 종사자와 단체, 동물보호단체, 개인 소비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대립하고 있어 사회적 합의과정이 중요하다. 이에 식용 개농장의 사육현황, 도축 및 유통, 판매 등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과 적정한 지원범위 및 수준에 대한 논의가 우선돼야 한단 지적이다.  

농해수위 관계자는 “법안은 개 도살 외에 개를 사용해 만든 음식물 또는 가공품을 취득, 운반, 보관, 판매해 형벌을 받은 경우까지 개의 소유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는 헌법상 기본권 제약 측면에서 적정한 수준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야가 개식용 금지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지를 두곤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도 상당하다. 개고기를 먹는 우리나라의 고유한 음식문화를 법으로 막는게 부적절하단 비판과 함께 입법시 개 식용 산업 종사자에 대한 보상도 난제다. 

실제 개 농장주와 개고기 음식점 상인 등은 개식용 금지 법안 추진에 본격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법안 추진 의원들에 대한 압박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대한육견협회 측은 “식용견과 반려견은 다르다”며 “(법안을 추진하려면) 관련 농가와 상인, 식당 등 한 곳 당 수십억원씩 보상하라”고 주장했다. 

개 식용 단체 반발에 국회 농해수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양당 합의로 통과시키기로 한 개 식용 종식 촉구 결의안 처리를 보류했다. 당초 민주당안과 국민의힘안, 상임위 대안을 각각 상정하기로 했으나 공개회의 직전 안건에서 빠졌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의원들이 지역구 민심을 의식한 결정이란 관측이다.

개 식용 법안 명칭을 두고는 여야간 신경전도 벌이는 상황이다. 여당 의원을 중심으로 개식용 금지 법안을 ‘김건희법’으로 호칭하면서 야당 측이 문제를 제기한다. 

민주당 농해수위 관계자는 “김건희법 같은 말이 나오는 건 법안 추진에 도움이 되질 않는다”며 “겉으로 보기에 이견이 없어 보이지만, 이런 법안은 여야가 공감해도 입법까지 진행되기 쉽지 않은 내용”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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