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추석 전 생활형숙박시설 관련 개선책 발표
이행강제금 완화·유예기간 연장 거론
“용도변경 완화하고 소급적용도 없애야”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정부가 추석 전에 생활형숙박시설 관련 개선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행강제금 유예기간 연장과 금액 범위를 줄이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다만 생숙 소유자들이 원하고 있는 용도변경 완화나 준주택 허용 등 전방위적인 규제 완화는 빠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진통이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1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오는 25~26일에 부동산 공급 활성화 대책과 함께 생숙 관련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18일 “(생숙을) 불법 주거시설로 규정하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데 대해서 추석 연휴 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생숙은 호텔과 오피스텔의 중간 형태로 ‘레지던스’로 불린다. 법적으로 주택이 아니지만 중·장기 투숙과 취사·세탁 등이 가능하고 아파트 구조와 비슷해 사실상 주거시설로 사용돼 왔다. 실제로 많은 수분양자들이 숙박시설 관리 위탁업체와 장기 투숙 계약을 맺는 식으로 본인 소유 객실에서 거주하고 있다.

특히 생숙은 2~3년 전 아파트 규제를 피한 대체재로 인기를 끌었다. 당시 시행·분양업자들은 생숙을 규제가 없는 새로운 주거형태라며 공공연하게 홍보했다. 개별 등기도 가능하다 보니 합법적으로 주거할 수 있는 시설로 잘못 알고 분양받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생숙을 실거주 목적으로 활용한 이들이 많아진 이유 중 하나다.

생활숙박시설 소유자들이 모인 전국레지던스연합회 회원들이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앞에서 이행강제금 부과 예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생활숙박시설 소유자들이 모인 전국레지던스연합회 회원들이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앞에서 이행강제금 부과 예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생숙 소유자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정부가 2021년 건축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생활형숙박시설은 주거용으로 쓸 수 없다’고 못을 박으면서다. 생숙을 주거용으로 사용하고 싶으면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를 변경하도록 했다. 다만 주거용으로 알고 산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2년간 유예기간을 뒀다. 생숙 소유자들은 유예 기간이 끝나는 다음 달 14일까지 용도를 바꾸지 않고 주거용으로 사용하면 매년 두 차례 분양가나 공시가의 1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공시가격 10억원 짜리 생숙이라면 1년에 이행강제금만 1억원에 달한다.

생숙 소유자들은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크게 반발해 왔다. 생숙을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하려면 분양자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데다 주차장과 복도 폭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업계에서도 건물을 새로 짓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실제로 지난 2년 간 오피스텔로 전환한 생숙은 전체의 1%에 불과하다.

생숙을 숙박시설로 등록하거나 매도하기도 쉽지 않다.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업 영업 신고는 30호실 이상을 보유한 개인이나 위탁운영자만 가능하기 때문에 최소 30호실을 모아 위탁관리업체에 맡겨야 한다. 또한 이미 이행강제금 부과를 앞두고 불법으로 낙인찍힌 상태에서 매수자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정부가 이번에 대책 마련을 서두른 것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대책으론 생숙에 주택과 같은 세금을 매기거나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특히 이행강제금이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원 장관은 “지난 집값 급등기에 전 정부가 놀라서 그냥 평생 매년 과징금을 매기겠다는 식으로 과한 엄포를 놓은 건데 그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선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버티니까 전부 합법화해준다’는 잘못된 선례는 남기지 않도록 몇 가지 전제와 원칙을 갖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원 장관이 생숙 소유자들이 원하는 시설 합법화에 대해선 선을 그어 대책 발표 이후에도 반발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생숙 소유자들은 용도 변경 기준을 완화하거나 생숙을 ‘준주택’으로 인정해 달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기존 시설에 대한 소급적용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생숙 소유자들이 모인 전국레지던스연합회 회원 3000여명은 지난 5일과 19일 세종시 국토부 청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이 같은 정책 개선을 촉구했다. 

전국레지던스연합회 관계자는 “신규 등록뿐 아니라 기존 시설에도 소급 적용되면서 합법으로 거주하던 수분양자들도 날벼락 맞게 됐다”며 “소급입법을 삭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행강제금이 줄어도 불법 건축물이 되면 대출 상환 요구가 들어온다”며 “정부가 대책을 내놓는다면 용도변경 기준 완화와 준주택 허가, 2년 이상 유예기간 연장 등이 반드시 나와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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