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울렛 대전점 화재 책임자들 공판준비기일 진행
화재 발생 책임 놓고 양측 주장 팽팽하게 맞서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화재 확산 책임을 놓고 원청과 하청 업체 간 공방이 벌어졌다. 현대아울렛 측은 소방설비 미작동을 화재 원인으로 지목했고, 하청업체는 천장 우레탄 폼에서 나온 유독가스라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명이 숨지는 등 총 7명의 사상자를 낸 현대아울렛 대전점 화재 책임자들이 전날 법정에서 책임 공방을 벌였다.

앞서 현대아울렛 대전점에서는 지난해 9월26일 화재로 7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을 만큼 큰 사고가 발생했다. 현대아울렛은 화재로 인해 지난해 4분기부터 영업을 중단했고, 지난 6월12일 약 9개월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하역장 내 시동 켜진 화물차 아래 종이상자가 쌓여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하역장 내 시동 켜진 화물차 아래 종이상자가 쌓여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당시 현대아울렛은 전국 현대프리미엄아울렛 8개 매장 가운데 4위였다. 그러나 현대아울렛 대전점이 영업을 중단하면서 현대백화점 실적에도 악재로 작용했다.

대전지법 형사4단독 황재호 판사는 전날 업무상과실치사상, 주차장법위반, 화재예방법위반, 사문서위조·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점장 A씨를 비롯한 대전점 관계자 3명과 시설관리업체 관계자 2명 등 총 5명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지하주차장 하역장에서 시동이 켜진 채 정차 중이던 1t 화물차에서 뿜어져 나온 고온 배기가스 열이 차 아래 쌓여 있던 종이상자에 전달돼 불이 시작됐다. 주차장 하역장에 폐종이상자와 폐지를 방치하는 등 관리 부실이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이번 재판에서는 현대아울렛 화재 확산에 대한 양사의 주장이 엇갈렸다. 현대아울렛 측은 “소방설비 미작동으로 인한 화재 확산이 피해 발생의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소방시설을 담당하는 하청업체는 “지하주차장 천장에서 우레탄 폼이 타면서 불이 급격히 번진 만큼, 스프링클러가 작동했더라도 막을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다만 현대백화점 측은 재판에서 “업체로부터 소방시설운용 상황 등을 보고받고 관리할 책임은 있었으나 업체가 화재수신기 연동을 임의로 정지했고 신속히 복구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검찰이 제시한 업무상주의의무위반 부분은 불이 난 지하 1층 하역장에 상품 상자를 방치해 불이 나도록 했다는 것인데, 방치된 상자가 화재의 원인이 됐다는 명확한 입증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설령 상자를 쌓아둔 과실이 있더라도 화재 발생과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드러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아울렛 측은 참사 이후 지하주차장의 우레탄 폼을 제거하고 상향식 스프링클러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청업체 측은 “이 사건의 핵심은 사상자들이 왜 발생했는가에 있다”면서 “상자에 불이 붙은 정도로 사람이 사망하기 어렵고, 우레탄폼 시공과 부실 공사를 한 백화점의 책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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