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자회사 GA 몸집 불리기에 자극 받은듯
GA, 영업 악화로 설계사 빠져나가면 끝···몸값도 높아
인수효과 의문···전속체제 유지 가능성

/사진=삼성생명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삼성생명이 최근 법인보험대리점(GA) 인수를 공식적으로 언급하면서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경쟁사인 한화생명이 제판분리(상품개발과 판매 조직의 분리)와 함께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자회사 GA 덩치를 키우자 삼성생명도 움직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GA는 몸값이 높은데다 조직 자체의 불확실성이 크기에 삼성생명이 결국 GA를 사들이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최근 상반기 실적발표와 함께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영업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우량 GA 인수 또는 지분투자, 제휴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생명이 직접 GA 인수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생명은 이미 자회사 GA인 삼성생명금융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다. 

그 동안 업계에선 삼성생명 GA 인수설은 꾸준히 나왔다. 특히 지난 4월엔 삼성생명이 대형 GA인 한국보험금융 산하의 CS라이프 조직을 영입하기 위해 구체적인 협상을 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삼성생명은 이전부터 내부적으로 관련 태스크포스(TF)를 통해 GA 인수를 검토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생명이 GA 인수를 검토하는 이유는 한화생명의 행보 때문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한화생명은 자회사 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덩치를 키워 영업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다. 지난해에 GA 업계 1위 규모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설립해 제판분리를 단행한 이후 올해 초엔 대형 GA 피플라이브를 품에 안았다. 순식간에 초대형 GA를 탄생시킨 것이다. 

한화생명은 영업력을 크게 끌어올린 이후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 확대에 집중했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대체로 5~7년의 짧은 납입 기간 안에 보험료 납입을 완료하는 상품이다. 새 회계제도(IFRS17) 아래서 생보사가 보험영업이익을 늘릴 수 있는 핵심 상품이다. 그 결과 지난 5월 초 한화생명이 부동의 ‘1위’인 삼성생명을 꺾고 초회보험료 업계 1위에 올랐다. 

한화의 진격에 놀란 삼성생명은 그간 유지했던 보수적인 기조를 깨고 업계 최고 수준의 판매수당을 내걸어 다시 1위 자리를 되찾아왔다. 출혈 경쟁도 불사한 것이다. 단기납 종신보험 전쟁은 삼성생명의 승리로 일단락됐지만 업계에선 삼성생명이 적잖이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삼성생명이 GA 인수를 좀 더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것도 이번 경쟁 때문이란 해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삼성생명이 실제로 GA를 품에 안을 가능성은 여전히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GA 조직 특성을 고려하면 삼성생명이 높은 가격을 지불하면서 GA를 인수하진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GA가 이익을 낼 수 있는 기반은 설계사의 존재가 사실상 전부다. 경영전략, 상품개발, 재무·리스크관리 등의 전문적인 기술이 차지하는 부분은 적다. 전문 경영 기법을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설계사가 모인 집단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넘기는 어렵다.   

결국 GA는 영업환경이 어려워져 설계사들이 빠져나가면 경영 상황이 크게 악화되는 구조다. 올해는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로 영업이 잘돼서 생보사 자회사 GA가 잘 나간 측면이 있다. 하지만 향후 영업이 침체돼 설계사들도 빠져나가고 GA의 실적이 악화되면 M&A에 쏟은 대규모 금액이 고스란히 비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GA들의 몸값이 올라가 M&A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만만치 않다. 한화생명이 공개하지 않았지만, 피플라이프를 품에 안는데 투입한 금액은 2000억원대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말 기준 피플라이프의 자기자본이 640억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높은 가격이다. 아무리 삼성생명의 자금력이 충분하다고 하더라도 인수 효과가 불확실한데 수천억원을 투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의 조직 특성과 경영 기조를 고려하면 비싼 돈을 주고 GA를 인수하기 보다는 여전히 경쟁력이 높은 전속 체계를 유지하면서 능력있는 설계사를 영입하는 데 더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라며 “생보사 제판분리의 효과는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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