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2023 한국 제약바이오 채용박람회' 서울 양재동 aT 센터에서 개최
대학원생 "직무·일반적 내용 위주···학부졸업생이나 취준생에 더 도움될듯"
"검색으로도 가능, 현장에서만 가능한 정보 없어"···아쉬움 토로 취업준비생
"얼마전 공채 진행" 채용부스 기업, 특정 직무만 채용, 직무 상담만 제공키도

19일 서울 양재동 aT센터 제1전시장에서 열린 '2023 한국 제약바이오 채용박람회'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채용설명회를 듣는 참가자 모습./사진=김지원 기자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연구개발 직무는 어느 쪽에 줄을 서면 되나요?”.

제약바이오 업계 채용박람회가 열렸다. 높아진 제약 바이오 산업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듯, 인파는 북적였지만, 아쉬운 점을 토로하는 참여자도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19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보건복지인재원이 공동 주최하는 ‘2023 한국 제약바이오 채용박람회’가 서울 양재동 aT센터 제1전시장에서 열렸다. 이날 제약바이오와 디지털 헬스, 인공지능 등 60개 기업은 채용부스를 통해 현장을 찾은 구직자를 대상으로 1103건의 상담을 진행했다.

19일 서울 양재동 aT센터 제1전시장에서 열린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보건복지인재원 공동 주최 ‘2023 한국 제약바이오 채용박람회’ 참여자 모습./사진=김지원 기자 

 

채용박람회장 입구부터 늘어선 인파는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관심도를 보여주는 듯했다. 오전 10시 30분이라는 이른 시간부터 입구 옆 현장 등록대에는 긴 줄이 서있었다. 박람회장 안으로 들어가자 운영 사무국 부스와 각 기업별로 운영 중인 부스, 채용설명회장 등이 보였다. 부스는 신약을 개발 중인 바이오 기업보다는 전통 제약사 위주였다. 인지도가 높은 기업 부스 앞에는 어김없이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인사 담당자와의 상담을 기다리거나 직무 설명을 듣기 위해서였다.

◇"개괄적인 직무 설명 위주···특정 분야 전공자는 별도 발품 팔아야"

동아쏘시오 그룹 부스 앞에서 담당자에게 질문을 하던 단국대학교 생명공학 석사 과정이현서(29세·남)씨를 만났다. 바이러스를 연구 중인 현서 씨는 각 기업 부스별로 특정 직무를 채용하는지 묻고 있다고 했다. 채용박람회가 영업, 생산, 품질관리 등 직무 위주의 구분이며, 특정한 분야로 구분돼있지않아 각 부스별로 직무와 채용계획을 질문하고 있다고 했다.

부스를 돌아다니며 현서 씨가 했던 답변과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한미약품 앞에서 연구개발 직무 채용 상담을 받을 수 있는지 묻던 석사생 최 모씨(생명공학 전공·29세·여)는 연구개발 관련 상담을 찾는 중이었다. 항체 관련 전공인만큼, 특정 분야에 대해 묻고 싶지만 생산이나 품질 등 직무 중심인 것 같다고 했다. 바이오 기업보다는 제약 회사 위주라는 점도 언급했다.

테이블에 앉아 입구에서 나눠준 ‘취준생들을 위한 제약바이오 산업 가이드북’을 보며 볼펜으로 밑줄을 긋는 참여자도 눈에 띄었다. 종양생물학 박사과정 중이라는 강북구에서 온 대학원생 김석현(29세·남)씨였다. 석현 씨는 기업별 채용 포인트와 소개 페이지를 꼼꼼히 읽고 있었다. 암 유전체 연구를 하고 있는데, 유전자 분석 분야를 하는 기업을 찾아 해당 부스를 방문해 보고자 기업 소개를 읽고 있다고 했다.

석현 씨는 “대학원에 재학 중이지만 취업에 관심이 있어 이번 채용박람회에 참여했다”며 “유전자 분석 등 특정 분야 채용을 하는 기업을 알기 위해 발품을 팔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원생이나 특정 전공 분야를 찾는 사람보다는 취업준비생이나 학부 졸업자에게 더 도움이 되는 자리 같다”고 했다. 한 마디로 '너무 브로드(개괄적)하다'는 것이다. 다만 채용 박람회장 분위기를 알 수 있는 점은 좋다고 말했다.

◇"양복입고 현장 면접 봤다···자세한 업무설명 취업준비에 큰 도움돼"

실제 채용박람회장에는 학부생과 취업준비생이 다수 보였다. 경기과학기술대 1학년 이민서 씨(20세·여)는 과에서 단체로 방문했다고 했다. 양복 등 면접 복장을 갖춰 입고 온 참여자도 많았다. 채용공고를 찾아볼 수 있도록 한쪽에 마련된 컴퓨터 앞에서 양복을 입고 방문할 기업을 체크 중이던 바이오공학과 졸업 예정자 김 모씨(24세·남)도 그랬다.

김 씨는 제약사 한 곳과 바이오 기업 한 곳에서 상담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품질관리 직무를 희망하고 있으며, 각 기업마다 신입으로써 업무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며 “또 자기소개서를 쓸 때 제일 어려움을 느끼는 항목인 지원동기 작성법에 대한 도움도 많이 얻었다”고 말했다.

19일 서울 양재동 aT센터 제1전시장에서 열린 '2023 한국 제약바이오 채용박람회장 한쪽에 마련된 채용공고 검색용 컴퓨터 앞에서 취업준비생 김 모씨(바이오공학과 졸업 예정·24세·남)가 방문할 기업 목록을 체크하고 있다./사진=김지원 기자

 

채용박람회에 참여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바이오협회에서 진행 중인 GMP직무 교육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데, 해당 과정을 통해 이번 채용박람회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같은 과 친구들 대부분은 대학원에 진학한다”며 “과에서 20% 정도만이 취업을 희망하는데, 최근 취업시장이 스펙적인 측면보다는 실질적인 경력에 주목하고 있는 것 같아 관련 직무 경험을 쌓고 싶어 취업을 선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대학교에서 상담을 전공하고 있는 김민수 씨(24세·남)도 양복을 갖춰 입고 면접을 준비중이었다. 김 씨는 “MR 직무 면접을 보러 왔다”며 “부모님이 제약사에서 일하고 있어 이전부터 제약 분야에 관심이 컸다”고 답했다. 그는 “제약 바이오 산업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며 “현장 면접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기업 현장 탐방, 실 근무지 아닌 서울 소재 본사 위주라 아쉬워"

다만 취업준비생임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참여자도 눈에 띄었다. 화학생명공학 전공으로 취업을 준비 중인 전 모씨(24세·여)는 “도움되는 점보다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전 씨는 “현장에 왔음에도, 인터넷 검색이나 상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대부분이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직자를 마주한 장점이 없다”며 “구체적인 질문을 해도, 돌아오는 것은 뻔한 답변 뿐”이라고 덧붙였다. 취준생 입장에서 직무 관련 경험을 자소서에 어떤 식으로 어필하면 좋을지 물었지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업무의 세부적인 내용을 알고 싶은데, 개괄적인 설명뿐이다”라고도 했다. 전 씨와 함께 온 취준생 박 씨(생명화학공학과·여·27세)는 "채용 관련 내용도 직무 상담이 다수였다"고 덧붙였다.

채용박람회 보다 앞서 진행된 기업 현장 탐방에 대한 아쉬움도 털어놨다. 전 씨와 박 씨는 생산이나 품질 업무를 지원 중으로, 제약 회사의 공장이 위치한 지역에서 근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하지만 탐방은 실제 근무하게 될 근무지 중심이 아닌 서울 소재 본사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실제 근무하게 될 곳이 아닌, 서울에 있는 본사 위주 탐방이라 와닿지 않고, 업무환경도 알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탐방 신청을 할 수 있는 기업도 두 곳 정도로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주최 측 중 한 곳인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이번 채용박람회 취지와 목적에 대해 “제약 바이오 산업의 부문이 다양하고 각기 다른 만큼, 전반적인 산업발전을 위해 마련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특히 취준생에게 도움이 되고자 기업별 하반기 채용 일정을 박람회 일정과 맞춰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19일 서울 양재동 aT센터 제1전시장에서 열린 '2023 한국 제약바이오 채용박람회장에서 현장 면접과 상담을 진행 중인 기업의 모습./사진=김지원 기자

 

실제 현장 채용과 면접을 진행 중인 기업 부스도 있었다. 일양약품은 14개 부서에서 20명 정도를 채용할 계획이며, 현장 면접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영업 직무 채용만 진행 중인 기업도 보였다. 현장 채용이 아닌 직무 상담만을 진행하는 곳도 다수였다. 부스로 참여한 한 기업 관계자는 “얼마전에 채용을 진행한만큼, 직무 설명과 상담 위주로 부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채용계획은 확실치 않다”고 밝혔다. 수시 채용으로 바뀐 만큼 직무 설명에 힘을 쏟고 있다는 기업도 있었다.

채용부스뿐 아니라 취준생을 대상으로 하는 채용설명회도 북적였다. SK바이오사이언스를 시작으로 휴온스그룹, HK 이노엔, 대웅제약, 비씨월드제약, GC녹십자 순으로 채용설명회가 진행됐다.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진행된 한국보건복지인재원의 ‘취업성공을 위한 맞춤전략’ 특강은 좌석이 모자랄 정도였다. 의자가 아닌 바닥에 앉아 특강을 듣는 참가자가 많았고, 입구까지 인파가 꽉 들어찼다.

19일 서울 양재동 aT센터 제1전시장에서 열린 '2023 한국 제약바이오 채용박람회' 에서 진행된 한국보건복지인재원의 맞춤 전략 특강을 듣는 참가자의 모습./사진=김지원 기자

 

이날 오전 10시 개막식부터 채용설명회 자리에 있었다는 한 참가자는 “채용설명회를 듣다 보니 기업마다 구성이 비슷했다”며 “회사 소개와 현재 개발 중인 분야, 원하는 인재상, 복지 등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이라고 아쉬웠던 점을 털어놨다.

또 “개막식 참여 인사들이 늦어 첫 번째 순서였던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발표 시작이 지체됐다”며 “필요한 식순인 것은 이해하지만 실질적인 도움을 얻고자 온 취준생 입장에서는 ‘뭐야’싶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구직자가 지원하고 싶은 분야 현직자와 자유롭게 상담을 진행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은 너무 일찍 마감되어 참여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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