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서 보험사 몸값은 'CSM+순자산'
롯데손보, 올 상반기 CSM 2조원 달해

/자료=롯데손해보험,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시장에 나올 준비에 돌입한 롯데손해보험의 몸값이 시가총액의 세 배에 가까운 약 3조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보험사의 가치는 주가에 근거한 평가방식보다는 회사가 향후 거둬들일 이익 규모로 결정되기에 이 같은 매각가가 가능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손보는 보험계약을 통해 미래에 거둘 이익은 약 2조원에 달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손보의 최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최근 롯데손보 매각을 위한 주관사 선정작업에 나섰다. 사모펀드 운용사인 JKL은 지난 2019년 롯데손보를 품에 안았다. 업계에서는 펀드 만기를 고려하면 내년까지는 매각을 완료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JKL은 롯데손보의 지분 77%를 소유하고 있다.

시장에선 롯데손보의 몸값이 3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기록한 롯데손보의 시가총액인 9636억원의 세 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롯데손보는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6배에 불과하다. 예측대로 3조원 대에 거래되면 최근 5년 동안 발생한 보험사 인수합병(M&A) 가운데 최대 규모를 기록한다. 2018년 신한금융지주가 ING생명(현 신한라이프)를 약 2조30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2020년엔 KB금융지주가 푸르덴셜생명(현 KB라이프)를 2조3000억원 가량에 사들였다. 

롯데손보의 예상 매각가가 시가총액을 크게 뛰어넘는 이유는 보험사의 특성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보험사는 보험계약을 통해 장기간 이익(보험료)과 비용(보험금, 사업비)이 발생한다. 회사가치를 평가하는데 활용하는 일반적인 회계지표나 시가총액, PBR 등은 이러한 장기간 현금흐름을 다 반영하지 못한다. 이에 보험사들은 그간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내재가치(EV) 지표를 활용했다. EV는 보험사의 순자산(조정순자산가치)과 보유계약의 현재가치(VIF)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올해부터 새 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서 보험사 가치는 보험계약마진(CSM)에 따라 결정되는 상황이다. CSM은 보험사가 장기보험 상품 계약을 통해 미래에 거둘 이익의 현재가치다. 모든 보험사들이 EV의 보유계약 가치와 유사한 CSM을 매 분기 산출하게 된 것이다. 더구나 IFRS17은 순자산도 현재가치로 평가하기에 보험사의 순자산 규모의 신뢰도도 높아졌다. 이에 최근 보험사의 가치는 CSM에 순자산을 더한 값으로 평가되는 추세다. 

롯데손보의 올해 6월 말 기준 CSM은 1조9634억원이다. 여기에 1조4511원의 순자산을 더하고, JKL의 지분율 77%를 곱하면 매각가는 3조원에 가까운 약 2조6000억원이란 계산이 가능하다. 롯데손보는 JKL을 새 주인으로 맞이한 이후 IFRS17에 대비해 장기 보장성 보험 판매 확대에 주력했다. 그 결과 예상보다 많은 규모의 CSM을 기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3분기에 금융당국이 정한 회계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 롯데손보의 CSM 규모도 변동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1분기부터 일부 보험사들이 계리적 가정값을 낙관적으로 정해 CSM 규모를 부풀린다는 지적이 나오자 당국은 이에 대한 기준을 정했다. 가이드라인을 도입하면 적지 않은 보험사들의 CSM은 줄어들 수 있다는 예상이 제기된다.  

롯데손보의 전체 장기보험 순보험부채 가운데 CSM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50%에 달한다. 전체 보험계약 가운데 절반이 이익으로 반영된다고 해석 가능하다. 수익성 높은 이유는 새로 맺은 계약이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IFRS17에서 수익성이 높은 신계약을 대규모로 맺으면 CSM이 늘어나는 동시에 순보험부채 규모가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수익성이 좋다 보니 일각에선 롯데손보가 계리적 가정에 대한 의심도 나온다. 

반면 롯데손보가 올 상반기 약 280억원의 예실차 이익을 거뒀기에 계리적 가정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많다. 예실차 이익 규모가 크다는 것은 보험사가 계리적 가정 값을 보수적으로 정했다는 의미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새 제도가 도입된 초기이기에 여러 말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로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도입되면 큰 영향이 없을 수도 있다”라며 “롯데손보의 경우 매물로 나올 손보사 가운데 상대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녔기에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상황으로 보인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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