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허덕이는 여성쇼핑·명품 플랫폼···엔데믹 전환에 이용자 감소도
패션 플랫폼, 마케팅 효율화·AI기술 등으로 수익성 개선 박차

[시사저널e=이숙영 기자] 플랫폼 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있다. 투자 시장 악화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플랫폼들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구조조정을 이어가고 있다. 야놀자·직방 등 대형 플랫폼도 구조조정을 시행한 가운데 다음 타자로 패션 플랫폼이 주목받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여행 플랫폼 야놀자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야놀자는 올 상반기 28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는데, 이러한 실적 부진을 이겨내고자 인력감축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구조조정은 비단 야놀자의 일만이 아니다. 최근 직방·샌드박스·정육각·뱅크샐러드 등 다양한 플랫폼들이 인력감축을 시도하고 있다. 역사가 길지 않은 플랫폼 기업은 상장된 경우가 적어 대부분 지속적인 투자 유치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투자 시장이 얼어붙어 투자 유치가 힘든 상황이다. 이에 플랫폼에선 인건비를 줄여 생존 기간을 늘리고자 하고 있다. 플랫폼 비용에서 개발자 등을 고용하는 인건비는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브랜디·지그재그·발란·트렌비·머스트잇 로고 / 사진=각사

이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급격히 성장한 패션 플랫폼들의 구조조정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수년째 적자수렁에 빠진 여성 쇼핑 플랫폼 브랜디·지그재그와 명품 플랫폼 발란·트렌비 등에 관심이 모인다. 이들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빠르게 성장하며 외형을 키웠지만,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브랜디는 지난해 321원의 적자를 냈다. 브랜디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자금난 의혹을 받아왔다. 지난해 직장인앱 블라인드를 중심으로 브랜디가 자금난으로 강제 부서이동과 계약직 퇴사권유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올해는 투자은행업계에서 브랜디의 런웨이(현재 보유한 현금으로 생존 가능한 기간)가 6개월여 남았다는 말이 나왔다. 

이같은 의혹에 업계에서는 브랜디가 적자 개선을 위해 구조조정을 시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브랜디 관계자는 "런웨이는 1년 이상 남아있으며, 고용에 있어서도 인위적인 조정은 없었다"며 "구조조정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카카오스타일은 지난해 전년 대비 36% 증가한 51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카카오는 올해 실적이 부진한 자회사에 대해 칼을 빼든 상태다. 앞서 수익성이 낮은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에 구조조정을 하기도 했다. 적자가 증가한 카카오스타일도 구조조정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명품 플랫폼의 구조조정 가능성도 관측된다. 발란·트렌비·머스트잇 등 명품 플랫폼 3사는 적자를 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앱 이용자수도 급감하고 있어 상황이 좋지 않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1~8월 명품 플랫폼 3사 이용자수는 전년 동기 대비 45% 이상 감소했다.  

명품 플랫폼 3사 중에서도 구조조정 가능성이 높은 곳은 발란과 머스트잇이다. 트렌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조직을 서서히 재정비하며 일부 인력감축도 진행했기에 상대적으로 구조조정 가능성이 낮다. 특히 트렌비는 AI 정가품 인증앱을 통해 명품 감정에 필요한 인력을 효율화했다.

발란은 지난해 거래액을 키워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이 과정에서 광고선전비 등 마케팅 비용이 대거 투입됐다. 발란의 영업손실은 지난 2021년 185억원에서 지난해 373억원으로 약 2배 늘었다.

발란은 손실을 메꾸기 위해 지난해 적극적으로 투자 유치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 250억원 시리즈C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숨통을 틔웠다. 하지만 이후 투자 유치는 없는 상태다. 올 4월 발란이 코오롱인베스트먼트 등 4곳의 벤처캐피탈과 100억원 투자 유치를 협상 중이란 말이 있었지만, 실제 투자 유치로 이어지진 않았다. 

머스트잇도 지난해 적자가 늘었다. 머스트잇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68억원으로 전년 대비 68% 증가했다. 머스트잇이 지금까지 유치한 투자금은 480억원으로 발란(735억원), 트렌비(750억원)에 비해 적다. 이에 머스트잇은 현금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사옥 처분까지 결정했다. 업계에 따르면 머스트잇은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사옥을 410억원에 매각했다.

패션 플랫폼 수익성 개선 방안.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현재 패션 플랫들은 모두 "구조조정은 없다"는 입장이다. 

브랜디는 AI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흩어져 있던 사옥을 서울 성수 한 곳으로 모아 과도하게 나가던 비용을 줄이고 있다. 지그재그는 타깃 고객을 구체적으로 설정해 광고를 집행하는 식으로 마케팅 비용 효율화를 진행 중이다.

발란은 재구매 고객에 집중하고 있다. 마케팅 비용이 많이 필요한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대신 기존 고객의 재방문을 늘려 거래액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발란은 최근 월별 재구매율 70%을 달성하기도 했다. 발란에 따르면 통상 월별 재구매율은 30%~50% 사이다. 

머스트잇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인재를 영입하고 사람과 기술을 키우는데 적극 투자한다. 올 2월 조용민 머스트잇 대표가 임직원에게 주식 200억원을 무상 증여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또 머스트잇은 프로모션 활동과 CRM(고객 관계 관리)를 강화하고, CJ와 협력을 통해 풀필먼트 사업을 확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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