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무신법’, 국회 계류 중···산업계·소비자단체 반대의견
문체부 “공정위·과기정통부, 찬성···방통위만 대안 없이 반대”

18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문화산업 발전을 위한 상생협력 환경 조성 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18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문화산업 발전을 위한 상생협력 환경 조성 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콘텐츠산업 내 플랫폼과 창작자 간 ‘불공정거래’를 막는 ‘문화산업의 공정한 유통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문화산업 공정유통법)’을 두고 산업계를 비롯해 학계, 소비자단체 등이 ‘중복규제’로 인한 콘텐츠 산업 위축 우려가 있다며 반발했다. 법안의 핵심인 ‘표준계약서’ 도입으로 인한 콘텐츠 유통업체의 비용 증가가 소비자 후생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단 것이다. 다만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정부실패’ 가능성을 고려해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단 점에 공감하면서도 ‘시장실패’에 따른 제도적 보완 필요성을 강조했다.

1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문화산업 발전을 위한 상생협력 환경 조성 방안’을 주제로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국회 및 콘텐츠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회엔 ‘검정고무신법’으로 불리는 문화산업 공정유통법이 계류 중이다. 윤석열 정부 콘텐츠 정책의 핵심과제이자 국정과제인 이 법은 올해 초 만화 ‘검정고무신’의 원작자 고 이우영 작가의 사망 이후 ‘제2의 검정고무신 사태’를 막기 위한 것으로, 당초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 등이 2020년 발의한 법안과 통합됐다. 지난 3월 소관 상임위인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방송통신위원회 등 일부 부처의 반대 의견 탓에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 산업계 “개정안, 중복규제···산업 역동성 저해”

토론회에서도 기존 법안과의 중복규제에 대한 문제제기가 잇따랐다. 해당 법안의 규제 대상이 되는 문화산업법상 ‘문화상품’이 지나치게 광범위해 시장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법안이란 것이다. 특히 표준계약서 사용을 강제하는 조항을 두고 콘텐츠 이용자 후생 저하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노동환 콘텐츠웨이브 정책협력리더는 “광범위한 문화상품 정의로 인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 방송법・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의 방송사업자, IPTV사업자가 문화상품사업자에 포함되고, 법안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그 규정을 우선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규정 적용에 있어 주무부처의 재량적 판단으로 관련 법령과의 중복규제는 피할 수 없게 되며  정부 부처 간 규제 관할권을 둘러싼 갈등으로 국가 행정력이 낭비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업자 간 문화상품에 대한 거래유형은 다양하게 이뤄지나 본 법률은 천편일률적으로 규제해 시장의 자율성과 역동성을 저해할 수 있다. 대표적인 조항은 계약서에 명시해야 할 규정이나 표준계약서 사용을 강제하는 것”이라며 “거래관계에 대한 자율성을 제약해 산업발전을 오히려 위축시키고 더 나아가 이용자 후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 소비자단체 “개정안, 시장 혼란만 가중”

곽은경 컨슈머워치 사무총장은 “공정유통법은 소비자 후생만 떨어트릴 뿐 창작자를 보호하려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정부가 제공하는 표준계약서는 유통업체 입장에서 계약에 따른 비용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며 “또한 문체부가 감독기관으로 추가돼 영업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킬 것이며, 이를 위한 행정절차를 마련하는 것도 비용 상승요인이 된다. 즉, 이 모든 비용 등은 소비자에게 전가돼 콘텐츠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제도 도입 시 소비자 권리를 우선으로 할 필요가 있다. 공정유통법은 취지는 좋을지 모르나, 시장에 혼란만 주는 규제가 될 우려가 있다”며 “정부가 할 일은 시장은 시장의 법칙이 적용되도록 내버려 두되 어려움에 처한 창작자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무부처인 문체부는 개정안은 콘텐츠 유통업체와 창작자 간 불공정거래 해소를 통한 창작자 및 소비자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시장실패를 바로 잡기 위한 정부 역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양수 문체부 콘텐츠정책국장은 “오늘 토론이 전부 다 반대하는 입장인데, 이 법안이 사회적 니즈가 전혀 없는데 뜬금없이 나온 것이 아니다. 정부입법으로 시작한 것도 아니다”며 “대부분 다 정부실패가 일어나기 때문에 정부가 규제할 필요 없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는 것 같은데 물론 정부의 실패도 물론 있다. 그러나 시장실패도 광범위하게 나타난다”고 했다.

이어 “방통위가 이 법에 반대한다. 국회에서도 문체위, 법사위를 따라다니며 반대했다. 공정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견이 없는 상황까지 왔다”며 “이 법이 논란이 많은 것도 알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부처협의도 많이 진행했다. 뒤에서 반대만 하지 말고 앞에서 정당하게 문체부와 방통위가 전면적으로 토론회를 한번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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