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부터 ‘6억~9억’ 주택 신청 불가
‘가계부채 주범’ 50년 주담대도 사실상 중단
“매수심리 위축 불가피···경기·인천 반사이익 기대”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정부가 가계 부채 억제 일환으로 특례보금자리론 일부 상품 판매를 중단하기로 하면서 반등 기로에 섰던 부동산 시장이 진정될지 주목되고 있다. 최근 금리 불확실성이 남아 있고 호가 상승 여파로 매수자의 관망세가 짙어진 상황에서 매수 심리는 더욱 얼어붙을 전망이다. 수도권에선 수요가 서울 대신 경기·인천으로 쏠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7일부터 일반형(부부합산 연소득 1억원 초과 차주 또는 6억원 초과~9억원 이하 주택대상) 특례보금자리론 신청이 중단된다. 일시적 2주택자도 특례보금자리론 이용 대상에서 제외한다. 당초 기존주택을 3년 이내에 처분하는 조건으로 일시적 2주택자도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있었다. 다만 서민·실수요층에 해당하는 우대형 특례보금자리론은 계속 공급된다. 우대형 조건은 부부합산 연소득 1억원 이하 및 주택가격 6억원 이하다.

내년 1월 말까지 1년간 공급하겠다는 당초 계획을 바꾸면서까지 공급 중단을 선언한 건 이미 목표 공급 기금을 대부분 소진한 데다 가계부채 급증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다. 특례보금자리론 신청액수는 8월 말 기준 35조4000억원으로 공급목표(39조원)의 90%에 달했다. 소득과 상관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다보니 가계대출 급증의 원인으로 거론됐다.

집값을 다시 자극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시중은행 주담대에 비해 금리가 저렴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되지 않는 장점도 있어 20~30대를 중심으로 특례보금자리론을 받아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이용자가 늘었다. 7~8월 중 금리가 올라 신청 속도가 줄었지만, 금리 인상 전 대출 수요와 여전히 시중은행 대비 낮은 금리의 영향으로 꾸준한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또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받더라도 상환능력을 명백히 입증하지 않으면 DSR 산정 때 최대 40년 만기를 적용한다. 만기가 줄어 매월 내야 하는 원리금 몫이 커지면 대출 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50년 주담대도 최근 DSR 규제를 우회해 대출을 최대한 많이 받아내는 수단으로 인기를 끌었다.

정부가 대출을 다시 옥죄면서 서울 집값 반등세가 주춤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은 아파트값이 17주째 상승했지만 최근 거래가 줄고 매물이 쌓이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5월 3427건에서 6월 3848건으로 늘었다가 7월엔 3593건으로 다시 감소했다. 금리 불확실성이 남아 있고 호가 상승 여파로 매수자의 관망세가 짙어졌다는 평가다.

매물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15일 기준 매매 물량은 7만4788건으로 전달(6만7946건) 대비 10.0% 증가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매수 매도 우위를 판단할 수 있는 아파트 매매수급지수 역시 주춤하다. 한국부동산원 데이터에 따르면 서울의 주간 기준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달 21일 89.3을 기록한 뒤 89.2, 89.0으로 2주 연속 하락했다.

서울 대신 경기·인천으로 눈을 돌리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대중 서강대 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특례보금자리론에서 6억~9억 구간을 없애고 6억원 구간을 살려놨지만 서울에선 6억원 이하 아파트를 찾기 어렵다”며 “6억원 이하 아파트가 많은 노원, 도봉, 금천 등 서울 외각이나 나 접경 지역인 경기도와 인천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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