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형제들 배민의 배민스토어 통해 퀵커머스 강화
홈플러스·CJ제일제당도 입점···쿠팡 로켓그로스와 비슷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배달의민족이 종합 커머스몰을 위한 외연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라이브커머스, 웹툰과 같은 서비스를 접고 본연의 정체성인 배달에 주력하는 것이다. 배민은 쿠팡 로켓그로스 사업 모델과 같은 배민스토어를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엔데믹으로 음식 배달 시장이 축소되자, 배민은 유통사 입점을 통해 상품군·거래액을 확대하기 위해 배민스토어에 역량을 쏟는 분위기다.

14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은 배민 앱에서 운영하는 배민스토어를 키우고 있다. 배민스토어는 2021년 12월 우아한형제들이 선보인 입점 브랜드 배달주문 서비스다. 올해부터 배민은 배민스토어에 브랜드사 외 개인 판매자 입점도 허용했다.

배달의민족이 종합 커머스몰을 위한 외연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배달의민족이 종합 커머스몰을 위한 외연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배민에 따르면 배민스토어 평균 배달시간은 35여분, 평균 배달비는 3000원 수준이다. 현재 배민은 배민스토어를 통해 뷰티 제품부터 삼성스토어, 애플 프리스비 등 70여개 브랜드와 일반셀러 300여곳을 입점시켰다. 통상 이커머스들은 익일 배송이다. 반면 배민스토어는 일반 택배비와 비슷한 수준의 비용을 받고, 음식 배달처럼 필요한 제품을 즉시 배달해주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보고서에 따르면 관련 매출도 성장세다. 지난해 우아한형제들 감사보고서를 보면, 서비스 매출은 전년(1조5804억원)보다 52.2% 늘어난 2조4049억원으로 기록됐다. 주문 중개로 얻는 배민스토어의 수수료가 배민 서비스 매출에 해당한다.

여기에 배민은 홈플러스와 CJ제일제당 제품을 입점시켰다. CJ제일제당은 우아한형제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배달커머스 전용 상품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로써 소비자들은 햇반, 비비고 등 CJ제일제당의 다양한 제품들을 배민을 통해 30분 안팎에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전성준 우아한형제들 커머스사업센터장은 “고객들이 음식뿐 아니라 물건을 구매할 때 배달의민족을 이용해 빠르고 편리하게 배달받는 경험을 하도록 서비스를 고도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배민의 퀵커머스 전략은 최근 유통업체 흐름과 대조적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퀵커머스 사업에 빠르게 진출하는 유통 기업들이 많았으나, 현재는 수년째 시범운영 중이거나 범위를 축소하고 있다. 수익성 측면에서 지금보다 성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아한형제들 실적 추이. / 자료=우아한형제들, 표=정승아 디자이너
우아한형제들 실적 추이. / 자료=우아한형제들, 표=정승아 디자이너

대표적으로 오아시스는 연내 퀵커머스 ‘브이’를 선보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일부 지역에서만 서비스하고 있다. 쿠팡의 쿠팡이츠마트도 출범 후 2년째 강남·서초·송파 등에서만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 쓱고우도 논현·역삼에서만 운영하며 정식 출범을 결정하지 못했다.

배민이 배민스토어를 키우는 것은 배달앱 시장과 관련 깊다. 엔데믹 이후 음식배달 서비스에서 이탈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자, 배민스토어나 B마트를 통해 이탈한 소비자를 만회하겠다는 의미다. 실제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민의 올해 1~7월 평균 MAU(월간활성이용자수)는 1952만명으로, 전년 동기(2037만명)보다 4.2% 줄었다. 또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경우 여러 개의 MFC 마련이 필연적이지만, 배민은 거점 MFC가 있어서 빠른 배송을 가능하게 한다.

아울러 업계에 따르면 배민이 최근에는 배민스토어에 새로운 사업 모델도 적용했다. 판매자가 상품을 MFC에 두면, 배민이 유통·물류를 담당하는 방식이다. 건강식품관과 뷰티케어 셀렉트숍 등이 대표적이다. 배민은 입점 업체에게 판매 중개와 풀필먼트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한다. 이는 쿠팡 로켓그로스와 비슷하다. 로켓그로스는 마켓플레이스를 이용하는 중소상공인들이 상품을 입고하면 쿠팡이 이후의 보관·포장·재고관리·배송 등을 책임진다.

특히 로켓그로스는 로켓배송을 보장해 쿠팡 입점사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쿠팡 로켓그로스 판매량도 지난 1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90%나 증가하며 쿠팡 흑자에 보탬이 되고 있다.

올 2분기 실적 발표 때도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로켓그로스의 성장 속도가 전체 비즈니스 성장률보다 2배 이상 빠르다”면서 “고객과 파트너 모두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며, 특히 중소기업들이 수혜를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배민이 쿠팡 로켓그로스만큼 성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배민 MFC는 쿠팡 물류센터보다 규모가 많이 작다. 서비스 권역도 서울 수도권, 지방 대도시로 한정돼 있다.

무엇보다 배민은 아직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력이 약하다. 배민이 강화하고자 하는 커머스 시장도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이로써 4년 만에 흑자 전환한 배민이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엔데믹 시대로 접어들면서 코로나 특수 효과가 사라졌다”면서 “유통사들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 입점하고 있다. 배민의 강점인 빠른 배송으로 다양한 상품군을 배달해주고 고객에게는 배달 가능한 채널을 확보해줄 수 있다”고 밝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퀵커머스 자체가 엔데믹 이후 이용률이 크게 줄었고 특정 연령층에 한정돼 서비스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배민이 배민스토어를 통해 수익성을 크게 늘릴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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