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설립 임박·최고 높이 70층 등 사업 탄력받은 영향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 사진=시사저널E DB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 사진=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강남 재건축 1번지라 불리는 상징적인 두 단지,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잠실주공5단지 몸값이 가파르게 뛰고 있다. 두 곳 모두 지지부진했던 사업이 탄력받은 영향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말 27억2000만원에 계약서를 썼다. 동일타입이 지난해 10월 21억원에 거래된 점에 견주어보면 10개월 만에 6억2000만원이 오른 셈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달 5일 전용 76㎡도 23억5000만원에 손바뀜됐는데 이 역시 10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거래가 17억7000만원 대비 6억원 가까이 올랐다.

거래량도 늘었다. 지난 6월부터 이날까지 약 3개월여 간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등재된 실거래 현황을 보면 40건의 손바뀜이 일어났다. 여름휴가와 장마 등의 이유로 주택시장의 비수기라 불리는 시기임에도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5건이었던 점에 견주어보면 8배나 급증한 것이다.

은마아파트 거래량이 늘고 거래가격이 급등한 것은 약 20년 만에 사업이 진척을 보인 영향이다. 은마아파트는 지난달 중순 조합설립총회를 마치고 곧바로 강남구청에 조합설립 신청을 마쳤다. 재건축에 첫발을 떼자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두고 호가를 올렸다. 실제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은마 매매 물건은 총회 당일 204건에서 현재 171건으로 30건 이상 줄었다. 조합은 연내에 조합설립인가가 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대치동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은마는 투기과열지구 내에 위치한 재건축 사업장이기 때문에 조합이 설립되고 나면 10년을 보유하고, 5년 이상을 거주한 1주택자 집주인만 입주권을 팔 수 있게 되면서 거래 가능 매물이 대폭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리며 거래량과 거래가가 동시 상승하는 모습”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재건축 대장주인 잠실주공5단지도 유독 큰 오름폭을 자랑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단지 전용 76㎡는 지난달 말 25억6850만원에 손바뀜이 이뤄졌는데, 이는 올해 2월 18억7650만원에 거래된 것 대비 7억원 가량 뛴 수준이다.

잠실5단지는 지난해 2월 최고 38층 높이의 정비계획안이 확정됐지만 서울시가 올해 상반기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통해 한강변 3종 일반주거지역의 35층 층수 제한을 폐지하면서 기존 계획안을 변경을 추진해 왔다. 이에 따라 최근 서울시에 최고 높이 70층, 6303가구 규모로 탈바꿈하는 내용의 정비계획안을 제출한 상태다.

서울시는 신속 통합기획(이하 신통기획) 자문위원회를 통해 해당 조합이 제안한 재건축 계획안에 대해 자문을 진행했다. 서울시와 송파구청은 조합이 받은 조언을 바탕으로 계획안을 다듬어 오면 바로 정비계획 입안 절차를 밟는다는 방침이다.

다만 사업에 속도를 내는 것은 긍정적이나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은마아파트는 조합설립을 앞두고 소송전에 휘말린 상태다. 십수년 간 사실상 조합장의 역할을 해온 이재성 은마소유자협의회 대표가 조합장으로 뽑힌 최정희 추진위원장을 상대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낸 영향이다. 이 대표는 “선관위원 선임부터 사전 우편 투표함도 참관인 없이 무방비로 관리돼 선거 공정성이 해쳐졌다”고 주장하고 있고, 추진위 측은 선거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만일 이 대표의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 사업이 또다시 지연될 가능성도 높다.

잠실5단지 역시 마찬가지다. 일단 주민들이 만든 계획안을 서울시에 제출하고 조언을 해주는 신통기획 자문방식 절차를 밟고 있지만, 향후 정비계획 입안·심의 과정에서 내용이 변경될 수도 있다. 급격하게 오르는 공사비와 주민 갈등 또한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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