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아파트값 3주 만에 하락 전환
외곽 지역 중심 매수 심리 위축
거래량도 주춤···반등 가능성 ‘글쎄’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 기류를 타고 있지만 강북권을 포함한 외곽 지역은 영향권에서 비껴간 모양새다. 집값이 최고가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뒤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매수 심리가 다시 주춤해지면서 앞으로도 반등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2일 KB부동산 주간 아파트 시세 동향 자료를 살펴보면 서울 아파트 가격(4일 기준)은 전주 대비 0.4% 올랐다. 다만 한강을 기준으로 강남과 강북이 온도차를 나타냈다. 강남은 지난주 11%에 이어 이번 주에도 0.8% 올라 상승세를 이어갔다. 반면 강북은 전주 대비 0.1% 떨어지며 3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특히 강북에선 도봉구가 0.16% 하락하며 낙폭이 가장 컸다. 노원구(-0.12%), 은평구(-0.08%), 중랑구(-0.08%) 등도 크게 내렸다. 도봉구에선 최고가 대비 절반 가격에 실거래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도봉구 창동 ‘주공17단지’는 전용면적 36㎡가 지난달 31일 3억5200만원(9층)에 거래됐다. 2021년 8월 최고가 5억9900만원 대비 41%(2억5000만원) 가량 낮아진 금액이다. 인근 ‘창동주공4단지’와 도봉동 ‘서원’도 최고가 대비 절반 수준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이들 단지는 지난해 하반기 3억원대로 떨어진 뒤로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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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권을 포함한 서울 외곽 지역의 매수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점은 향후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가 포함된 동남권이 지난주 91.5에서 이번 주 91.8로 0.3 포인트 상승했다. 도심권은 전주와 같은 92.2를 기록했다.

반면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이 속한 동북권은 매매수급 지수가 지난주 87.8에서 이번 주 87.3으로 내렸고 같은 기간 서북권과 서남권도 각각 0.4 포인트, 0.1 포인트 하락했다. 해당 지수는 기준선인 100보다 낮을수록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강남 3구 등 인기 지역의 아파트 일부를 제외하고 추격 매수세가 주춤해지면서 거래가격도 횡보하고 있다”고 “강남과 비강남 간 양극화 현상은 앞으로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상승 흐름이 시장 전반으로 이어지진 못했다는 분석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7월 3594건으로 직전월(3850건) 대비 감소했다. 지난해 10월 559건까지 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우려할 수치는 아니지만 평년 수준(6000건)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한 수치다. 올해 첫 감소로 변곡점에 들어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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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중 서강대 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은 지수상으로 보면 가격이 상승했지만 지역으로 분리할 경우 2022년의 하락 추세가 유지되는 지역이 상당하다”며 “일부 지역에서 급매물 위주로 상승 반전이 이뤄진 것이지 상승 대세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역전세난, 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우려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당분간 숨 고르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집값 회복세가 더딘 데다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재무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커졌다. 부동산R114 빅데이터 솔루션에 따르면 지난 6월(9월 5일 기준 집계) 서울 지역에서 한 달 이상 채무 및 납세를 연체한 비율은 전체의 0.9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비율은 지난해 9월 이후 본격적으로 상승 폭이 커지더니 올해 3월과 5월 소폭 하락한 것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증가 추세다.

연체율 증가는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연체율이 가장 높은 곳은 강북구(1.36%)였다. 중랑구(1.26%), 관악구(1.24%), 도봉구(1.12%), 금천구(1.11%), 강서구(1.07%)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6월과 비교할 때 1년 새 연체율이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곳은 강북구로 0.25% 포인트 상승했다. 도봉구(0.22%), 강서구(0.22%), 관악구(0.21%), 금천구(0.19%) 등도 오름폭이 컸다.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이들 지역은 집값 급등기에 2030의 추격 매수세가 강했던 곳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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