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대적으로 낮은 구로구에서도 이달 분양한 사업장 10억 넘겨
당첨 후 차익 기대하던 과거완 달리 ‘기다려도 답 없다’는 우려로 청약 접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서울에서의 내 집 마련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에는 분양가상한제로 분양가가 억눌려있는 청약제도를 활용하면 시세 대비 저렴한 가격에 분양받을 수 있는 길이라도 열려 있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서울의 대부분 지역도 분상제 폐지로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시세 대비 높게 책정되는 경우가 생겨난 것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올해 분양한 상당수의 사업장 가운데 국민평형이라 불리는 전용 84㎡ 기준 10억원 미만의 분양가가 책정된 곳은 은평구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시그니처(3월, 8억5300만원)과 은평구 새절역 두산위브 트레지움(6월, 8억8500만원) 두 곳 뿐이었다. 일반적으로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구)과 금관구(금천, 관악, 구로구)의 집값이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올해는 이들 지역에서 분양한 사업장들도 10억원을 넘겼다. 일례로 이달 초 구로구에서 분양한 호반써밋 개봉도 발코니확장비 포함 10억2000만원대다.

그럼에도 완판 행렬이 이어지며 청약시장은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달 1일 1순위 청약을 받은 서울 광진구 롯데캐슬 이스트폴 전용 84㎡의 공급가격은 14억9000만원이었다. 전체 면적 유형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4050만원 수준이다. 강북에서도 3.3㎡당 4000만원이 넘는 단지가 나온 것으로, 높은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일반분양 1순위 청약 경쟁률이 평균 98.4대 1을 기록했다. 지난 4일 특별공급을 시작한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의 3.3㎡당 분양가 역시 3960만원으로 4000만원에 육박했다. 모두 집값이 높은 강남3구나 개발호재 등과는 무관한 지역이다.

일부 사업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 전역에서 분양한 대부분의 분양가는 모두 단기간에 급등했다. 지난 4월 청약을 받은 동대문구 휘경자이 디센시아의 경우 전용 84㎡가 8억2000만~9억7600만원 수준이었는데 같은 구에서 8월 분양한 래미안 라그란데의 분양가는 같은 면적이 10억1100만~10억9900만원으로 넉달 새 분양가가 최고 1억원 이상 높아졌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38일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3743만원으로 3월(2593만원) 대비 44.35%(1150만원)나 뛴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고분양가임에도 분양시장에 수요층이 몰리는 이유로 입주 시점에 공사비 인상 등의 영향으로 분양가가 더 올라갈 것이라는 인식이 수요자들 사이에 퍼져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지금까지 가장 비싼 공동주택 일반분양가는 지난달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로 3.3㎡당 5600만원대였다. 하지만 최근 공사비와 인건비 급등으로 인해 강남권에서 6000만원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분양가 급등으로 수요자들의 내집마련 부담이 커지는 만큼, 이달 내놓는 부동산 대책에 정부가 분양가 급등을 막을 수 있는 조치도 포함할 수도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수요층이 당첨 후 차익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청약에 접근했다면 이제는 기다려도 답이 없다는 우려로 청약에 도전한다”며 “공사비와 인건비 인상, 고금리 기조 유지, 품질 관리 등으로 분양가 추가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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