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0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 거래 5건
초고액 자산가 거주 형태 변화, 아파트 ‘고급화’ 영향
연예인·스타강사·유투버 등으로 수요층 다변화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올해 들어 강남구와 용산구, 성동구 등 주요 지역의 고급 아파트가 100억원 안팎에 다수 거래되고 있다. 과거 정·재계 인사와 일부 중견급 이상 연예인 정도에 국한됐던 하이엔드 주택 수요는 최근 들어 20~30대 연예인을 비롯해 소위 유명 학원 강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업계에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90억원 이상에 거래된 아파트는 5건이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1차’ 전용 301㎡는 7월 31일 99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올해 거래된 아파트 중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이다. 앞서 같은 달 7일 성동구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198㎡가 95억원에 거래됐다. 해당 아파트 전용 264㎡의 경우 지난해 9월 130억원에 팔리기도 했다.

용산구 부촌인 한남동에선 ‘한남더힐’ 전용 240㎡가 지난 3월 110억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나인원한남’도 100억원에 가까워졌다. 6월 28일 90억원에 거래되면서 해당 단지 역대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서초구에선 2월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200㎡ 펜트하우스 입주권이 100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강남구 청담동 ‘상지리츠빌카일룸2차’ 전용 244㎡도 5월 역대 최고가인 90억원에 거래됐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더펜트하우스 청담’(PH129) 전경 /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청담동 ‘더펜트하우스 청담’(PH129) 전경 / 사진=연합뉴스

업계에 ‘슈퍼리치’라고 불리는 초고액 자산가들의 주거 형태가 단독주택에서 고급 아파트로 옮겨가면서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고급주택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종로구 평창동, 성북구 성북동 단독주택 등에 한정돼 있었다. 또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50억 이상의 아파트도 보기 드물었다. 국토교통부의 2015년 표준 단독주택 가격을 살펴보면 전국에서 가장 비싼 집은 이태원동에 위치한 2층 짜리 단독주택(연면적 460㎡)으로 64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국내 아파트 시장에서 100억대 아파트가 처음 등장한 건 2021년이다. 당시 강남구 청담동 ‘더펜트하우스 청담’(PH129) 전용 273㎡가 115억원에 거래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를 선호하는 세대가 부의 중심에 들어오면서 이러한 현상이 발생했다”며 “공급자들도 시장 수요에 맞게 고급화 경쟁을 펼치며 주거 형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초고액 자산가 숫자가 증가한 것도 초고가 아파트가 늘어난 배경이다.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의 ‘2022글로벌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의 초고액 자산가(약 660억원 이상 보유자)는 3886명으로 전 세계에서 열한 번째로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엔 수요층도 다변화되고 있다. 고급주택 분양 전문가는 한 업계 전문가는 “연예인과 스타강사 외에도 비트코인(블록체인)으로 큰 수익을 거둔 사람들부터 대형 유튜버 등 개인 방송인까지 하이엔드 주택 시장에 유입되면서 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하이엔드 주택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 수학강사 현우진이 2017년 PH129를 분양받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현우진 강사는 250억원에 달하는 펜트하우스 분양대금을 대출 없이 현금으로 완납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2021년엔 가수 아이유가 당시 20대의 나이로 ‘에테르노 청담’을 분양 받았으며 역시 130억원의 분양 대금을 현금 완납한 것으로 전해진다.

초고가 아파트 시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미 최고 분양가 400억원 이상인 반포 ‘더 팰리스 73’과 100억원대 부산 ‘애서튼 어퍼하우스’ 등 100억원대 이상의 초고가 주택이 공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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