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IPEF 공급망 협정문 초안 공개···공급망 위기시 협력 메커니즘 작동
평상시에도 공급망 조기경보시스템 운영···전문가 “중국 보복 가능성 낮아”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협력체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공급망 협정문 초안이 공개됐다. 공급망 위기가 발생하면 15일 이내에 위기 대응 네트워크를 가동해 회원국 간 수급 기업 매칭, 공동 조달, 대체 경로 발굴, 신속 통관 등의 협조를 받을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다. IPEF 가입으로 우리기업이 관세 등 단기적 혜택을 받진 않더라도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을 줄인단 측면에서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IPEF 협정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IPEF 공급망 협정문 초안을 자유무역협정(FTA)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다음달 4일 까지 국민 의견을 접수하겠다고 밝혔다. 공개된 내용은 지난 5월 IPEF 14개국 장관회의에서 타결된 IPEF 필라2 공급망협정 협정문으로 그간 상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IPEF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다자경제협력체로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호주, 인도,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싱가포르, 브루나이, 뉴질랜드, 피지 등 14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2020년 기준 회원국 전체의 국내총생산(GDP)은 전세계 GDP의 40%를 넘고 인구 또한 세계인구의 30%를 웃돈다. 자원부국과 기술선도국 등 다양한 경제 특성을 가진 국가가 함께 상호보완적 경제블록을 구축하게 된다.

IPEF는 자유무역협정(FTA)보다 좀 더 넓은 범위에서 협력체제를 지향하고 있다. 관세를 넘어 무역촉진, 디지털경제와 기술표준 정립, 공급망 회복력 달성, 탈탄소화와 청정에너지 발전 인프라 구축, 노동 표준화 등을 목표로 한다.

◇ 공급망 위기시 회원국 협력 시스템 가동···“노동 규정 기업 영향 제한적” 

공개된 협정문 초안에는 공급망 위기시 회원국간 긴급 협력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우리경제는 핵심 광물 등 주요 원부자재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는 특정국 의존도가 75% 이상인 품목이 600개를 웃돈다. 

과거 희토류나 요소수 등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공급에 차질이 생겨 공급망 위기가 생기면 대체 공급선을 알아보기 위해 각국 담당자를 수소문하고 연결하는데 상당 시일이 소요됐다.

그러나 IPEF 위기대응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15일 이내에 회원국 정부로부터 수요-공급기업 매칭, 공동조달, 대체 선적경로 및 항공경로 발굴, 신속 통관 등의 협조를 받을 수 있게 된다.

IPEF 협정문 초안 주요내용. / 표=정승아 디자이너
IPEF 공급망 협정 초안 주요내용. / 표=정승아 디자이너

협정문에는 회원국이 공급망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조치를 자제해야 한단 점도 명시했다. 가입국 정부는 공급망에 부정적 영향을 조치를 자제하고, 특정 가입국이 만약 부정적 조치를 발동하면 타 회원국이 의견을 제출하거나 예외 및 면제 관련 세부 정보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우려가 있을 경우 60일 내 양자협의를 개시할 수 있도록 했다.

공급망 위기가 없는 평시에도 IPEF 참여국은 조기경보시스템을 운영해 핵심 분야, 주요 상품의 수입의존도, 가격, 교역량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관련 정보를 서로 공유해 공급망 위기를 사전 감지하고 대비하기 위해 협력한단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는 IPEF 협정을 통해 공급망 위기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하고 공급망을 다각화해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다고 본다. 산업부 측은 “공급망 위기시 정부간 고위급 협의체인 위기대응 네트워크를 가동해 대체 공급처와 조달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할 수 있다”며 “공급망에 영향을 주는 불필요한 규제와 장벽을 최소화하고 상대국의 공급망 관련 조치에 우려가 있을 경우 신속히 협의할 기회를 마련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정부간 협의가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정문 초안에는 노동권 자문기구, 개별사업장 노사문제 대응 등 노동 관련도 포함됐다.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는 노동권 우려를 파악해 공급망위원회에 보고토록 했다. 또 각국은 개별사업장 노사문제 접수창구를 설치하고, 접수국은 접수된 주장을 검토해 사업장 소재국가 비공개 협의한단 내용도 있다. 

다만 IPEF 협정에 들어간 노동관련 조항이 우리 기업에 당장 직접적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측은 “세계적을 ESG 책임이 강조되면서 노동 관련 사안도 공급망 관리의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떠오르면서 이번 협정에도 노동관련 규범을 포함했다”며 “이미 노동관련 규범은 한미FTA, 한EU FTA 등 기존 통상협정에도 반영된 바 있다. 이번협정에서 노동 관련 내용의 판단은 국내법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어 우리 기업의 추가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IPEF, 기업에 불확실성 해소 긍정적···중국 보복 가능성 낮아”

전문가들은 IPEF 가입으로 당장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공급망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준단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줄 것으로 본다. 고준성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IPEF는 핵심 물자, 물품에 있어 우방국 안에서의 수급을 확보하기 위한 안정성, 협력을 규정하고 있다”며 “다만, IPEF는 시장 개방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FTA, CPTPP처럼 경제 효과를 바로 얘기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미국은 중국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에 들어갔는데 거꾸로 중국도 공급망에 있어 핵심 수입물품을 통제할 수 있다”며 “IPEF는 이때 회원국 안에서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것인데 구속력은 없고 협력 조항, 정보 교환 중심이다.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협력 메커니즘을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원, 기술 등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회원국간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노력들이 이뤄지면서 일정부분 위험이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IPEF는 FTA와 달리 회원국간 관세 혜택 부분을 다루지 않는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은 “관세 부분이 기업에 유인책을 제공하고 참여국도 기대 효과가 있는 건 사실이다”며 “그러나 그간 우리가 FTA를 많이 체결하면서 활용도를 거의 다 끌어올렸기에 새로운 협정에서 관세를 통한 기대효과는 그렇게 높지 않다. 우리나라는 IPEF 참여국 대부분과 FTA를 체결한 상태”라고 말했다. 관세가 낮아진다고 하면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관세가 낮아지는 것보다 다른 대외정책 변수들이 훨씬 더 영향을 주는 환경이란 설명이다. 

조 실장은 “최근 경제 안보, 공급망, 탄소환경 등이 새로 국제통상 규범이 필요하다고 제기되는 분야”라며 “이 부분들이 각국의 개별 국내법으로 접근하면 기업들에게 부담이 갈 수 있는데 국제규범이 생기면 우리가 좀 더 일찍 새로운 통상환경에 적응할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IPEF 규범은 앞으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높기에 우리가 조금 더 일찍 새로운 통상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단 조언이다.

IPEF가 중국을 겨냥한 경제블록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일각에선 중국이 회원국을 겨냥한 보복성 조치에 나서는게 아니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IPEF 가입만을 이유로 제재를 가할 가능성은 희박하단 분석을 내놓는다.

고 위원은 “IPEF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측면이 있다. 중국이 미국 주도의 기술, 수출, 투자 통제를 받는 입장에서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IPEF 특정국가에 조치를 취하는 것은 가능한 카드”라면서 “다만, 이런식의 대응은 WTO 회원국의 협정상 의무와 충돌도 있어 쉽게 꺼내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조 실장은 “중국이 IPEF로 어떤 피해도 입지 않은 상태인데 단지 협상이 끝났다고 대응조치를 취한다면 중국으로서도 자충수가 될 수밖에 없다”며 “미국이 대중 압박을 강화하는데 대한 중국의 상응 조치는 있을 수 있겠으나 IPEF 가입국을 대상으로 대응에 나설 가능성은 당분간 높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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