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미분양 물량 감소세···악성 미분양, 9개월 만에 줄어
청약 경쟁률 높아지자 미분양으로 눈 돌려
분양가 상승·공급 부족 우려도 매수 심리 부추겨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미분양 감소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청약 경쟁률이 다시 높아진 데다 분양가 인상과 공급 부족 등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면서 미분양 물량이라도 잡으려는 수요가 많아진 것이다. 과거 미분양 단지의 집값이 급등한 학습효과도 관심이 높아진 요인이다.

8일 국토교통부의 ‘7월 주택 통계’를 살펴보면 7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3087가구로 전월(6만3888가구)보다 5%(3301가구) 감소했다. 미분양 주택은 올해 초 7만5000가구까지 증가해 10여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은 뒤 3월부터 5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은 3.8% 감소하며 지난해 10월 이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특히 수도권 내 미분양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수도권 미분양 물량은 8834가구로 전월 대비 16.3%(1725가구) 감소했다. 지방은 감소율이 2.8%에 그쳤다. 지역별로 보면 인천은 1212가구로 전월 대비 43.7%(940가구) 급감했다. 같은 기간 서울과 경기도 각각 9.4%(685가구), 8.5%(100가구) 줄었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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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서울을 중심으로 분양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미분양이 전반적으로 줄고 있다는 평가다. 수도권 청약 시장은 최근 들어 활기를 띠고 있다. 청약홈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1순위 청약 경쟁률은 올해 1월 0.28대 1에서 지난달 36.62대 1로 130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1순위 청약통장 접수 건수도 459건에서 11만131건으로 급증했다. 실제 지난달 공급된 서울 성동구 ‘청계SK뷰’는 1순위 평균 경쟁률이 183.42대 1에 달했다. 동대문구 ‘래미안라그란데’(79.11대 1)와 경기 광명시 ‘광명소하신원아침도시1’ (14.18대 1)도 경쟁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분양권 거래 역시 증가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6월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분양권 거래량은 3만5472건으로 지난해 8월 3만9925건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직전 달인 5월 2만9710건보다도 약 19.39% 증가했다. 정부가 지난 4월 주택법 시행령 개정으로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을 완화하면서 거래 상승을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분양시장이 살아난 건 ‘분양가가 지금이 가장 싸다’는 인식이 확산된 영향이 크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 속에 수요자들이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2251만으로 전년 동월(2030만원) 대비 10.9% 올랐다. 서울은 같은 기간 13.16%(2821만원→3192만원) 올랐고, 경기도는 19.5%(1635만원→1954만원) 뛰었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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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 상승에 따른 분양가 인상이 예상되는 데다 건설 경기 침체로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새 아파트를 선점하기 위한 수요자들의 청약 열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청약 경쟁률이 심화되면서 미분양 물량이라도 잡으려는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며 “최근 시행사들이 분양가를 낮추고 선택 품목도 무상 제공하는 등 가격에 대한 저항을 낮췄다는 점도 수요자들이 미분양 단지에 눈길을 돌리는 요인이다”고 덧붙였다.

수도권 집값이 회복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 미분양 단지 중 집값이 급등한 사례가 있다는 점도 수요자들이 미분양 물량에 관심이 갖는 배경이다. 서울 강남권 핵심 단지인 반포자이는 2000년대 후반 분양 당시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당시 당첨자의 40%가 계약을 포기했다. 강북권에서 선호도가 높은 마포구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와 서대문구 ‘DMC파크자이’도 2012년 분양 당시 평균 경쟁률이 미분양을 피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침체기엔 향후 가치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은 단지도 미분양이 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런 물량을 잘 잡으면 높은 청약 경쟁률을 뚫고 유망 단지에 당첨되는 것 못지않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미분양 해소를 위해 세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어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는 세금과 금융, 공급 등을 아우르는 ‘주택공급 활성화 대책’을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지방을 포함한 분양이 심각한 지역에서 양도소득세 면제 등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2008년에도 서울과 수도권 과밀역세권역에 대해 5년간 양도세를 50% 감면해 주고 나머지 지역은 전액 면제하는 정책을 펼쳤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 건설사의 부담을 가중하는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세제 완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양도세 면제는 미분양 해소는 물론 거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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