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증거인멸·도주 우려 없어···방어권 보장”
박 전 단장 “채 상병 억울함 없도록 수사돼야”
장관도 결재한 수사 결과···대통령실 개입 의혹도

채아무개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등의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지난 1일 오전 구인영장이 집행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리는 서울 용산구 군사법원으로 구인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채아무개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등의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지난 1일 오전 구인영장이 집행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리는 서울 용산구 군사법원으로 구인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호우피해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해병대 상병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등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군검찰이 무리한 혐의를 적용했다는 비판과 함께 외압 의혹 등 그 배경에 대한 의혹제기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중앙지역군사법원은 1일 항명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대한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군검찰에 입건된 박 전 단장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박 전 단장이) 언론을 통해 허위의 주장을 반복하며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며 “이는 처벌에 대한 두려움을 나타낸 것으로 도망할 염려가 있다는 점이 명백하게 드러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군사법원은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고 지금까지의 수사진행 경과, 피의자가 향후 군 수사절차 내에서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다짐하는 점, 피의자의 방어권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현 단계에서는 증거인멸 내지 도망의 염려 및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인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군사법원 밖으로 나온 박 전 단장은 “감사하다”며 “많은 성원에 힘입어 조사와 재판에 성실히 잘 임해서 꼭 저의 억울함을 규명하고, 특히 고(故) 채 상병의 억울함이 없도록 수사가 잘 될 수 있도록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전 단장은 지난 7월19일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채아무개 상병 관련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지 말고 보류하라는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혐의로 군검찰에 입건됐다. 군검찰은 “피의자(박 전 단장)는 공연히 거짓 사실을 적시해 상관인 피해자(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상관 명예훼손 혐의도 추가했다.

박 전 단장은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강제구인되기도 했다. 앞서 박 전 단장과 법률대리인들은 전날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오전 9시30분쯤 서울 용산 중앙지역군사법원에 도착했다. 이때 군사법원이 법원 건물로 곧바로 들어갈 수 있는 출입문을 열지 않았고, 박 전 단장과 변호인단은 출입문 개방을 요구하며 출석을 거부하는 등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에 군검찰은 구인영장을 집행해 박 전 단장을 강제구인했고, 영장실질심사는 당초 예정보다 늦은 오후 1시30분에 시작됐다.

영장기각으로 군검찰에 대한 비판 여론과 함께 대통령실의 외압 의혹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단장 측은 해병대원 사망 사건을 조사하고 장관 결재까지 마쳤지만, 하루 만에 갑자기 혐의자와 내용을 빼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증언한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으로부터 외압을 느꼈다고도 주장한다.

박 대령이 최근 국방부 검찰단에 제출한 진술서엔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고조사 결과와 관련해 ‘VIP(대통령 지칭)가 격노해 국방부 장관과 통화했다’는 얘기를 김 사령관으로부터 들었다는 주장도 담겨있다. 박 전 단장의 변호인 김정민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핵심은 없는 죄를 (박 전 단장에게) 뒤집어씌우려는 것”이라며 “해병대 사령관의 대통령 관련 언급이 공개된 뒤 구속영장이 청구돼 (박 전 단장을 구속시켜 입을 막으려고 한다는) 오해를 사기에 알맞은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그동안 박 전 수사단장의 보고 문건에 결재한 사실은 인정해 왔지만, 혐의사실 등을 빼라는 지시가 아닌 법리 검토를 더 할 필요가 있어 결재 이후 이첩을 보류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반박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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