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토뱅 지분 8.62% 소유한 주요 주주
토뱅 흑자 나면 하나은행은 지분법 이익 거둬
향후 토뱅 IPO 흥행하면 주식 시세차익도 가능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 사진=하나은행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토스뱅크가 올해 3분기 흑자 전환을 거둘 것이 유력해지면서 하나은행의 표정도 밝아지는 분위기다. 토스뱅크의 주요 주주인 하나은행은 그간 투자로 인해 손실을 봤지만, 앞으로는 이익을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토스뱅크가 시행할 기업공개(IPO)도 하나은행이 더 많은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란 관측도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올해 2분기 10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출범 이후 분기 기준 가장 적은 적자규모다. 토스뱅크는 지난 7월에 월간 흑자를 거뒀기 때문에 올해 3분기에는 최초로 순이익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토스뱅크가 3분기 전체 실적도 이익을 기록한다면 지난 2021년 10월 출범 후 7개 분기(1년 9개월) 만에 흑자 전환을 달성한다. 인터넷은행 가운데 카카오뱅크 다음으로 빠른 기록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출범 후 각각 6분기(1년 반), 16분기(4년) 만에 분기 기준 순이익을 거뒀다. 토스뱅크가 출범 직후 당국의 규제로 약 세 달 동안 대출영업을 중단했던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토스뱅크가 더 빠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토스뱅크는 성장속도는 빠르다. 사실상 영업 첫해인 지난해 대출자산이 8조원 넘게 급증했고,  예·적금 규모도 22조원대로 크게 늘었다. 토스뱅크가 현재 성장속도를 유지한다면 자산, 이익 규모 모두 예상보다 빨리 케이뱅크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6월 말 토스뱅크의 원화대출금 잔액은 10조458억원으로 케이뱅크(12조6731억원)보다 약 2조6000억원 적다. 

토스뱅크가 이익을 거두기 시작하면 하나은행도 실적이 늘어난다. 하나은행은 토스뱅크가 설립될 당시 컨소시엄에 참여한 주요 주주다. 이에 하나은행은 토스뱅크를 회계상 관계기업으로 분류해 토스뱅크의 실적을 지분율만큼 손익으로 반영하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토스뱅크의 전체 주식 중 8.62%를 소유하고 있다. 

그간 토스뱅크가 적자를 이어가면서 하나은행도 손실을 입었다. 지난해엔 토스뱅크가 2644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탓에 하나은행도 238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토스뱅크가 이익을 내기 시작한다면 그간 봤던 손실을 메우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전망된다. 케이뱅크의 주요 주주인 우리은행은 4년간 700억원에 가까운 넘는 손실을 보다 지난 2021년에 비로소 이익을 거뒀다. 하나은행은 우리은행보다 더 빨리 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은행은 최근 지분투자로 대규모 이익을 보고 있다. 특히 베트남 국영은행인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의 지분 15%를 사들여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난해 BIDV 지분법 이익으로만 1607억원을 은행 실적으로 반영했다. 토스뱅크가 예상대로 빠르게 흑자 전환한다면 이번에도 하나은행의 투자전략이 성공하는 셈이다. 

토스뱅크가 향후 기업공개(IPO)에 나설 가능성이 큰 점도 하나은행 입장에선 기회다. 토스뱅크가 상장 흥행에 성공해 지분가치가 크게 오르면 하나은행도 더 많은 이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토스뱅크는 플랫폼 경쟁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에 시장 상황만 받쳐준다면 높은 가치를 평가받을 가능성이 있다. 토스뱅크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토스’ 앱의 지난해 말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는 1365만명으로 카카오뱅크(1644만명)의 뒤를 이었다.  

앞서 KB국민은행이 카카오뱅크 지분에 투자한 결과 대규모 시세차익을 거둔 바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21년 ‘상장 대박’을 터트리면서 주가가 크게 치솟았다. 이후 주가가 많이 하락했지만, 국민은행이 사들였던 지분가치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8월 국민은행이 카카오뱅크 지분 약 3%를 처분한 결과 3000억원이 넘는 차익을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토스뱅크가 카카오뱅크 만큼의 IPO 성공사례를 작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카카오뱅크는 당시 ‘제로금리’란 특수한 거시경제 상황으로 주식시장에 자금이 넘쳐났기 때문에 투자자들을 많이 끌어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제 다시 그때 수준의 유동성 장세가 형성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하나은행이 거둘 이익도 국민은행 만큼은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들이 최근 성장하다보니 이에 투자한 시중은행들도 덩달아 이익을 보고 있다"라면서 "다만 인터넷은행은 시중은행의 잠재적인 경쟁자들이기에 지금 이익을 거두는 것이 꼭 좋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토스뱅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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