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 1000톤 규모 소각장 건립 확정
“소각장만 2개, 형평성 어긋나” vs “법적으로 문제 없어”
집값 하락 우려도···“단지와 멀어 영향 미미할 수도”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마포구 상암동 일대가 발칵 뒤집혔다. 서울시가 마포구 상암동을 생활 폐기물 소각장 건립지로 최종 확정하면서다. 마포구청과 주민들은 이미 쓰레기 소각장이 있는데 소각장을 추가 건립하는 것은 명백한 지역 차별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가 소각장을 지하화하고 지상부에 랜드마크를 조성하는 유인책을 내놨지만 주민들이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행정 소송 등을 예고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상암동에 신규 소각장 건설 확정···“소각장은 지하화, 지상부는 랜드마크화”

1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마포구 상암동 마포자원회수시설 옆 부지(상암동 481-6 등 2개 필지)에 새로운 자원회수시설(생활 폐기물 소각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시는 전날 해당 부지가 신규 소각장 입지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025년 초 착공해 2026년 말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마포를 비롯해 노원, 양천, 강남 등 4개 소각장에서 하루 평균 2200톤의 폐기물을 처리해 왔다. 그동안 이들 시설에서 소각하지 못한 1000톤은 인천 수도권매립지로 보내왔는데 2026년부터 쓰레기를 태우지 않고 봉지째 땅에 묻는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새로운 소각장이 필요했다. 2019년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후보지 공모에 나섰지만 혐오시설인 소각장을 건립하겠다는 자치구는 없었다. 결국 2020년 12월 입지선정위원회를 꾸리고 지난해 8월 해당 부지를 새 소각장 부지 후보지로 선정했다. 이후 1년 만에 최종 건립지로 확정한 것이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신규 쓰레기 소각장 부지 항공사진 / 자료=서울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신규 쓰레기 소각장 부지 항공사진 / 자료=서울시

서울시는 신규 소각장을 모두 지하화하기로 했다. 청소차 전용도로와 폐기물 저장소 등을 지해에 넣고 배출 가스의 법적 허용 기준도 10개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지상부엔 문화시설과 전망대·놀이기구·스카이워크 등을 설치해 랜드마크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상암동 주민을 위해 수영장·헬스장·독서실·사우나·골프연습장·놀이공간 등 1000억원 규모의 편익시설도 공급한다.

◇주민들 “마포구에만 소각장 2개, 형평성 어긋나” vs 서울시 “선정 절차 문제 없어”

다만 소각장 건립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해당 부지가 지난해 8월 신규 소각장 최종 후보지로 선정된 이후 마포구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부지 옆에 쓰레기 750톤을 처리하는 마포자원회수시설이 이미 있는데 1000톤 규모 소각장을 또 짓는다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마포자원회수시설을 2035년 철거한다고 밝힌 만큼 새 소각장이 가동을 시작하는 2027년부터 2035년까지 9년 동안 소각장 2곳이 동시에 운영된다. 두 시설에서 태우는 쓰레기 용량은 1750톤으로 서울시 하루 전체 쓰레기의 56%에 해당하는 규모다.

마포 주민들은 지난해부터 서울시와 마포구청은 물론 오세훈 서울시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하는 등 집단행동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올해 3월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공청회에선 마포구 주민 300여명이 행사장 밖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소각장 건설과 관련한 모든 행정절차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같은 달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으나 7월에 최종 기각됐다.

이번 발표에서 서울시가 관리 방침과 여러 유인책을 내놨지만 마포구와 주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마포구는 입장문을 내 “마포구와 구민의 꾸준한 반대에도 서울시가 상암동 소각장 신규입지를 최종 확정한 것에 매우 유감을 표한다”며 “기존 소각장으로 피해를 감수해 왔던 구민 의견을 수렴해 함께 대응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 3월 7일 서울 상암동 광역자원회수시설 전략환경평가서 공청회가 열리는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리셉션홀 서문 입구에서 주민 등 마포소각장 추가 백지화투쟁본부 관계자들이 서울시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3월 7일 서울 상암동 광역자원회수시설 전략환경평가서 공청회가 열리는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리셉션홀 서문 입구에서 주민 등 마포소각장 추가 백지화투쟁본부 관계자들이 서울시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마포구 주민들은 소각장 건립을 필사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마포구 주민으로 구성된 ‘마포 소각장 백지화 투쟁본부’(백투본)는 전날 마포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합리적인 설명으로 주민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며 “행정소송도 진행하고 반대 집회를 여는 등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소각장 건립을 강행할 의사를 내비쳤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변 환경영평평가 실시 결과 신규시설로 인한 주변 환경영향은 경미할 것으로 평가됐고, 환경부와도 협의를 마쳤다”며 “또 마포구민들이 청구한 감사원 공익감사도 7월 최종 기각되면서 입지 후보지 선정 과정에서 법령을 위반하거나 공익을 저해한 사실이 없음이 확인돼 절차에 따라 상암동을 최종 선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집값 악영향 우려도···“소각장 위치 멀어 영향 미미할 수도”

새 소각장이 집값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주민들이 반대를 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지난해 집값이 하락한 이후 올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기피시설이 들어서면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마포구는 집값이 본격 반등한 지난 5월부터 지난달까지 누적 상승률이 1.59%로 나타났다. 25개구 중에서 송파구(3.23%)와 강남구(1.67%)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만 현장에선 소각장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상암동 내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소각장 위치가 상암동 서쪽 끝에 위치하다 보니 주변 아파트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기존 소각장이 있을 때도 부동산 가격은 시장 분위기에 따라 움직였다”며 “아파트 가격은 기피 시설뿐 아니라 개발 호재, 재건축 가능성, 단지 규모, 교육, 교통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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