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부영사옥서 취임식
특별사면 통해 경영 복귀 가능해져
랜드마크 사업 탄력 기대
승계작업 착수할 가능성도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가 3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그동안 미진했던 부영그룹의 사업들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 회장이 83세 고령인 만큼 승계작업에도 시동을 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0일 부영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부영사옥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이 회장은 취임식에서 “건설업계의 전반적인 위기 속에 부영그룹의 새로운 미래를 향해서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임직원들에겐 “대내외적인 경제적 어려움 속에 신속하고 치밀한 의사결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부영그룹은 국민을 섬기는 기업으로 책임 있는 윤리경영을 실천해 그 기대에 보답해야 할 것이다”고 당부했다.

30일 서울 중구 부영그룹 본사에서 진행된 취임식에서 이중근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부영그룹
30일 서울 중구 부영그룹 본사에서 진행된 취임식에서 이중근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부영그룹

이 회장은 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았다. 앞서 이 회장은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2020년 징역 2년 6개월을 확정받아 복역하다 이듬해 광복절에 가석방 됐다. 형기 만료 후에도 특별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라 5년간 취업 제한으로 경영에 복귀하지 못했다. 업계에선 특별사면을 받은 이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 회장의 복귀로 부영그룹이 추진 중인 사업들도 탄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부영그룹은 그동안 이 회장 1인 중심 경영 체제를 유지해 왔다. 이 회장은 지주회사 부영의 지분 93.79%를 보유하고 있으며, 부영은 핵심 계열사인 부영주택을 100% 자회사로 뒀다. 부영그룹의 24개 계열사 중 부영엔터테인먼트 1곳을 제외한 모든 계열사에 이 회장의 직·간접 영향력이 미치고 있다. 이 회장은 10만원 단위 지출까지 본인이 직접 관리해 모든 경영 현안을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부영그룹은 ▲서울 금천구 대형종합병원 건립 ▲인천 송도테마파크 ▲성수동 특별계획구역 호텔·주상복합 건립 ▲제주도 중문 호텔 건립 등 굵직한 랜드마크급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이 회장의 부재로 속도를 내지 못했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그룹 창업주이자 대주주인 이중근 회장의 경영 복귀로 그동안 미진하던 사업들이 새롭게 활력을 얻어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승계 작업에 착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재 이 회장 부영 지분이 100%에 달한다는 점과 83세 고령인 것을 감안할 때 경영권 승계 작업이 시급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회장은 슬하에 3남(이성훈·이성욱·이성한) 1녀(이서정)를 두고 있다.

이중근 회장이 구속되면서 부영이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은 부영그룹 지배구조. / 자료=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다만 차기 후계자가 누가 될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장남 이성훈 부영주택 부사장은 부영 지분율이 2.18%에 불과하다. 2014년 부영 사내이사직에서 사퇴한 이후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성욱 부영 전무와 이성한 부영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도 경영상의 직함을 가지고 있으나 실제 경영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막내딸인 이서정 부영주택 전무의 활동이 눈에 띈다. 이 전무는 2021년 지주사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또 계열사인 동광주택산업, 동광주택, 오투리조트 등 10곳 이상의 부영그룹 계열사에서 사내이사를 맡아 경영에 참여 중이다. 이런 점 때문에 한때 차기 후계자 후보로도 꼽혔지만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진 않고 있다.

승계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 마련도 이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업계에선 이 회장이 건재한 상황에서 주식을 통한 경영권 승계나 증여 시 천문학인 증여세를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이 회장이 최근 2년간 3000억원이 넘는 배당을 받은 배경이 증여세에 대비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이 회장이 부영에서 수령한 배당금은 3062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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