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평위 법제화 등 연내 논의 마무리 전망
이동관 방통위원장, “포털 가짜뉴스 근절”

이동관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28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이동관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28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포털과 SNS 등에서 유통되는 가짜뉴스와 이로 인한 선동은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 요소다. 유익한 정보의 유통은 장려하되 가짜뉴스의 생산 및 유포는 엄단하겠다.”

이동관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의 지난 28일 취임일성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포털뉴스 신뢰성·투명성 제고를 위한 협의체‘ 2기 구성을 완료하고 가동에 나섰다. 방통위는 협의체를 통해 ’알고리즘투명성위원회·뉴스제휴평가위원회‘ 법제화 등 관련 입법 추진에 나설 전망이다. 새로 출범한 ’6기 방통위‘가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 개혁을 강조한 만큼, 포털뉴스협의체를 통한 ’포털뉴스의 가짜뉴스 유통 근절‘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9일 IT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지난 22일 포털뉴스협의체 2기의 첫 회의를 열었다. 지난해 5월부터 약 6개월간 운영한 1기 협의체에 이어 2기도 출범했다. 포털뉴스협의체 명단 구성이 비공개인 만큼, 2기 구성원도 공개되진 않았지만 1기와 비교해 상당수 멤버가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포털뉴스협의체 1기는 미디어·법학 전문가 7명을 비롯해 정부 관계자 4명(방통위 2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명, 문화체육관광부 1명) 등 총 11명이 참여했다.

◇ 尹정부 국정과제 수행할 협의체···힘 실어주는 6기 방통위

협의체 1기는 포털뉴스 알고리즘에 대한 법제화가 필요하며, 알고리즘투명성위의 자료 수집 권한 확보와 검증 역량 확보를 위한 예산 및 조직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또 제평위를 법제화하고 검색제휴 폐지를 고려할 수 있으며, 제평위에서 입점은 자격 완화, 퇴출은 엄격한 기준 적용 등이 필요하다고 논의했다.

포털뉴스협의체 2기는 올 4분기 중 제평위의 설치 및 구성 요건과 역할을 규정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 등 관련 입법을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미디어 플랫폼의 신뢰성·투명성 강화‘ 방향과 일치한다.

윤 정부 국정과제의 핵심은 뉴스 배열·노출 알고리즘 기준을 검증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는 알고리즘투명위를 법적기구로 설치하고, 기존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이 자율적으로 설치·운영한 제평위의 설치와 위원 자격 기준, 회의 속기록 의무화(국민공개) 등을 법에 규정해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여당은 포털에서 뉴스를 선택하면 포털이 아닌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아웃링크' 방식의 뉴스 유통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협의체에 참여하는 한 인사는 “포털뉴스협의체는 사실 윤 대통령의 국정과제를 이행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가짜뉴스 관련 얘기를 했지 않냐”며 “윤 정부의 기조는 공영방송과 포털에서 나오는 가짜뉴스와 허위왜곡을 막겠단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군을 만들겠단 개념은 아니다. 그건 가능하지도 않다”며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좌우 이념이나 진영이 나뉘어 싸우는 것은 심각하단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출범한 6기 방통위 역시 ’포털뉴스 개혁‘에 방점을 두고 있단 점을 고려하면, 포털뉴스협의체 2기를 통한 법 개정 논의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 신임 방통위원장은 취임식에서 “미디어 환경변화로 이미 언론의 기능과 역할 상당부분을 수행하는 인터넷 포털에 대한 사회적 책무를 부여하겠다”며 “뉴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정보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는 시대에 포털도 그에 맞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법과 제도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했다.

방통위는 이날 내년도 예산 중 팩트체크 사업 신뢰성·실효성 제고, 청소년, 성인, 교사 등 대상별 맞춤형 교육 등 가짜뉴스 관련 사업에 올해 대비 4억17000원(68.4%)을 증액한 총 10억27000만원을 편성했다.

◇ “제평위 법제화, 언론자유 침해 ’오해‘ 우려”

전문가들은 포털뉴스협의체를 통한 제평위의 법제화 가능성에 대해선 우려를 표했다.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가짜뉴스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가짜뉴스 유통 근절 목적의 포털 개혁의 추진은 ’자율규제‘를 통한 문제 해결 가능성을 차단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단 이유에서다.

김보라미 법률사무소 디케 변호사는 “여야 할 것 없이 논란이 있던 제평위를 법제화하면 제도가 이상해도 없앨 수가 없다. 포털 뉴스를 제평위를 통해 처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국가가 관여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국가가 관여하게 되면 언론이 해야 할 업무에 국가가 감놔라 대추놔라 할 수 있는 것이라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단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나중에 정말 자율규제로 해결될 수 있더라도 사회가 해결할 기회 자체를 없애버리게 된다. 사회적으로 필요한 제도에 대한 고민조차 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짜뉴스는 논의해야 하는 부분까지도 가짜뉴스에 포함하고 있다. 정말 피해자가 있는 것에 대한 것이라든가 여론을 조작하는 것은 문제가 되더라도, 언론이 권력을 비판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며 “포털뉴스협의체가 구성원 등을 공개하지 않는, 불투명하게 운영되는 것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원용진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가짜뉴스가 있는 것은 문제다. 다만 정부가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정부가 나서게 되면) 위험하다. 정말 문제가 되는 뉴스를 가짜뉴스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저마다 자신에게 불리한 뉴스를 가짜뉴스로 부르는 데 익숙해져 있지 않냐”며 “모든 사회 정책이란 게 사회지지 기반으로 바탕으로 추진하는 것인데,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가짜뉴스로 규정하면 어떤 식으로 정책을 세우든 설득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 교수는 “이미 학계에선 더 이상 가짜뉴스가 아닌 허위조작정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허위조작정보를 중심으로 얘기해야지, 마음에 안 든다고 가짜뉴스로 규정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냐. 협의체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부터가 의문”이라며 “제평위는 기본적으로 포털의 자율적인 움직임이었다. 지금은 포털이 자율성을 가질 수 없을 것이란 생각에 제평위를 손 놓고, 정부에서 어떤 얘기를 할지 쳐다만 보고 있다 보니 자율성이 사라졌다. 신임 방통위원장이 취임했으니 그 기조에 따라갈 공산이 크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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