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영업정지 10개월 처분 추진
집행정지 가처분 통해 영업활동 가능
행정처분 취소 소송으로 처분 시기 수년 끌기도
“제재 회피 꼼수 만행···보완책 마련 시급”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정부가 인천 검단 붕괴사고를 일으킨 GS건설에 영업정지 처분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솜방방이 처벌이란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건설사들이 집행정지 가처분과 행정소송을 통해 아무런 제재 없이 사업을 이어왔던 만큼 사실상 효력이 없는 제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8일 국토교통부와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GS건설에 영업정지 10개월 처분을 추진한다. 전날 원희룡 국토부 장관 주재로 열린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관련 점검 결과 등을 논의한 뒤 이같이 밝혔다. 부실시공 책임을 물어 국토부 장관 직권으로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을 추진하고, 안전점검 미흡 등으로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서울시에 요청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직접적인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만큼 국토부 차원의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은 사실상 최고 수준이란 평가다. 앞서 2021년 광주 학동 철거 건물 붕괴로 9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서울시는 시공 업체인 HDC현대산업개발에 1년 4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면 GS건설은 앞으로 10개월 동안 입찰참가 등 건설사업자로서 하는 모든 영업활동이 금지된다.

지난 4월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다만 실제 영업정지로 인한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행정소송 등을 통해 시간을 끌며 제재를 피할 수 있어서다. 통상 건설업계에선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과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다. 집행정치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면 영업정지 처분이 즉시 중단되고 건설사는 아무런 제재 없이 영업활동을 펼칠 수 있다. 본안 소송이 진행되면 집행 시기는 더욱 늦춰진다. 대법원 판결까지 진행될 경우 수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실제 HDC현산은 지난해 광주 학동 붕괴사고로 영업정치 처분을 받은 직후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현재 영업정지 처분은 정지된 상태다. 이어 행정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영업정지 처분이 미뤄지는 사이 HDC현산은 지난해 8월 공공재개발 1호 사업지인 6600억원 규모 동대문 용두1구역 시공권을 수주했다.

건설사가 영업정지 집행 시기를 조율할 수도 있다. 쌍용건설은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 2명이 사망하는 사고를 내 2018년 7월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받자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후 2021년 7월 집행정지 가처분을 취하해 3여년 만에 영업정지가 이뤄졌다. 이마저도 대표자가 영업정지 기간에 8시간 건설업 교육을 이수한 뒤 서울시에 수료증을 제출했다는 이유로 기간을 15일 감경받았다. 집행정지 가처분을 통해 최대한 시간을 끌고 감경 요인을 최대한 활용해 그 기간을 단축한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행정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대부분 확정 판결까지 시간을 끌어 영업활동을 진행하기 위한 꼼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승소 가능성이 낮은 만큼 대법원까지 끌고 가지 않고 신규 영업 전략에 맞춰 소송을 취하하는 경우도 있다”며 “건설사 입맛대로 영업정지 집행 시기를 조정할 수 있는 셈이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GS건설 역시 집행정지 가처분과 행정소송을 통해 영업정지 처분 시기를 늦출 것으로 보고 있다. GS건설은 지난해 3월에도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한 중대재해 발생으로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받았지만 곧바로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마찬가지로 대표가 영업정지 기간에 건설업 교육을 수료했다는 이유로 15일을 감경받았다.

일각에선 영업정지 조치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진형 공동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키워야 할 시기에 이 같은 행태는 잘못된 시그널로 비춰질 수 있다”며 “건설사들이 가처분 소송을 통해 영업 전략을 마련하는 것도 이해되지만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을 만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행정부 역시 영업정지 조치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행정적으로 미흡한 부분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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