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 변호사, 법무부장관 상대 정보공개 청구 소송 1심 승소
원칙적 정보 공개 필요성도 강조···“국가의 중대 이익 침해 근거 없어”

한동훈 법무부 장관. /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법원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지난해 미국 출장비 집행 내역을 공개하라고 판결하면서 법무부의 방어논리를 ‘추상적 공익’으로 보고 국민의 알권리가 이보다 크다고 지적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은 또 행정부처의 정보공개 범위에 예외를 둘 수 없다는 원칙 역시 강조했다.

28일 시사저널e가 확보한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정용석 부장판사)의 판결문에는 재판부의 이 같은 판단 내용이 담겨있다.

재판부는 법무부의 비공개 처분의 적법 여부에 관련 “법무부를 비롯한 중앙행정기관은 국외출장을 수행하는 경우 사전에 출장개요(출장목적, 출장기간, 출장국 및 방문기관, 출장자), 출장일정, 출장경비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한 공무국외출장계획서를 작성할 뿐만 아니라, 사후에는 결과를 기재한 보고서를 작성해 해당 정보를 공개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의 업무범위와 이 사건 출장의 목적 등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정보를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보호할 수 있는 업무수행의 공정성 등 공익이 특별이 더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나아가 단순한 출장경비의 세부적인 집행 내역이나 지출증빙서류가 그 자체로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에 관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려울뿐더러 출장목적, 방문기관, 출장일정 등의 정보가 사전에 공개돼 있는 상황에서 출장업무가 종료된 다음 사후에 출장경비의 세부적인 집행 내역 및 지출증빙서류를 추가적으로 공개한다고 해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발생한다고 볼만한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비공개 사유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정보공개법상 ‘정보의 공개가 원칙’이고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에만 이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 등을 위해 정보공개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함이 원칙이고, 모든 국민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며 “원고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하는 목적과 이를 통해 달성할 수 있는 국민의 예산 감시 기능, 국정운영의 투명성 제고 등과 같은 이익이 위 정보를 비공개함으로써 보호하고자 하는 추상적인 공익이 비해 결코 작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소송과정에서 법무부는 본안전항변으로 “출장비 집행 내역 중 일비, 식비의 경우 정액으로 지급되는 성격의 비용”이라며 “정액 지급 대상인 비용에 관한 정보공개거부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부분은 부적법하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는 국가공무원의 외유성 출장이나 혹은 출장경비 명목으로 국가의 예산이 낭비되지 않도록 감시할 목적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며 “출장경비 중 정액으로 지급되는 성격의 비용인 경우에는 지급대상자별로 지급금액, 산정방법 및 산정근거를 공개하는 것으로 충분하며, 실제 국토교통부를 포함한 다른 중앙행정기관은 그러한 방식으로 출장경비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데다가, 피고가 제출한 자료에도 이 내용이 기재돼있어 결국 피고의 출장비 집행 내역 중 정액 지급 대상인 비용 부분도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고 있는 정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어서 정액 지급 대상인 비용에 관한 부분이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물리쳤다.

앞서 한 장관은 지난해 6월29일부터 7월7일까지 9일간 한·미 사법기관 간 공조와 협력 구축 방안 논의를 위해 미국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미국 법무부 장관을 만난다는 계획과는 달리 차관보와의 미팅에 그쳤다.

법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미 양국은 한 장관의 미국 출장 기간 동안 양국 법무부장관 회담을 실시하는 것에 합의한 바 있으나, 출국 이후 세부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일정이 맞아 불가피하게 성사되지 못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에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하승수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미국 출장비 4800여만원의 집행내역과 지출증빙서류를 공개하라며 법무부에 정보공개 청구했다.

법무부는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에 등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 결정했으며, 이번 행정소송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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