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성, 상황상 불가피성 인정받으면 위법성 배제 가능한 ‘위법성 조각사유’ 될 수도···증거능력 인정도 가능
흉악범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물리력 행사해도 처벌받지 않는 정당방위 사례와 비슷
돌도 안 된 아이에게 “또라이냐. 울고 지랄이냐” 등 돌보미 발언 몰래 녹음돼 증거능력 인정, 아동학대 유죄 판결 사례도

사진=셔터스톡
/ 사진=셔터스톡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최근 주호민씨가 한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특히 주씨가 아들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놨는데 그곳에 “진짜 밉상이네”, “너 싫다” 등의 특수교사 발언이 담겨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런데 일각에선 동의 없이 녹음을 하면 불법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같은 녹음 내용이 법정에서 증거능력으로 활용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상대방과의 대화를 동의없이 녹음을 하는 행위가 불법적 요소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는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헌법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함부로 녹음되거나 배포되지 않을 음성권을 보장하고 있죠.

단, 관련 행위가 무조건 불법적으로 규정돼 처벌받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법은 그 행위 자체는 불법적 행위 요소가 있다고 해도 경우에 따라 위법으로 판단하지 않게 하는 ‘위법성 조각사유’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말이 좀 어렵지만 예를 들면 쉽게 이해가 가실 겁니다.

예를 들어 요즘 ‘묻지마 범죄’가 이슈인데요. 만약 내가 누군가에게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했을 경우, 방어하기 위해 상대방 신체에 위해를 가했다고 해도 정당방위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상대방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행위 자체’는 위법적 요소가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해당 사례에선 위법성을 배제할 수 있다는 걸 누구나 인정할 수 있겠죠? 이런 것들이 ‘위법성 조각사유’의 예입니다.

얼마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흉악범 제압 시 정당방위를 적극 적용하라며 “흉악범 제압 과정에서의 정당한 물리력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 위법성 조각사유에 충분히 해당된다”고 발언한 바 있죠?

무단으로 녹음을 하는 행위 자체는 위에서 언급한듯 불법이지만, 해당 행위가 공익성이 있고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인정받으면 위 정당방위 경우와 마찬가지로 위법성이 조각돼 불법행위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아동학대 문제는 아이들이 자신의 의사나 상황을 스스로 잘 표현 못하는 만큼 녹음이 결정적 증거로서 인정을 받는 경우들이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과거 한 돌보미가 돌도 채 안된 아이와 단둘이 있을 때 “또라이냐. 왜 울고 지랄이냐”라는 발언을 한 사실이 부모의 몰래 녹음에 담겨 증거능력이 인정돼 아동학대 판결이 나온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모든 동의 없는 녹음을 무조건 불법 취급한다면 온갖 사회 병폐나 문제들이 수면 위에 드러나지 않고 세상이 엉망이 될 것입니다. 특히나 사회적 약자들은 자신의 손해를 입증할 길이 없어지고요.

이 같은 동의 없는 녹음은 해외에서도 자기방어 차원에서 많이들 쓰이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정당방위, 몰래녹음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이처럼 어떤 행위가 법조문으로 불법으로 규정됐다고 해서 무조건 ‘불법이다’고 외치는 건 1차원적 생각일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단, 별 공익적 이유도 없이 몰래 녹음해서 사익을 취하려 한다면 오히려 처벌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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