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 ‘마피’ 물건 속출
매매가격 내림세도 장기화
“아파트값 하락으로 투자 매력 떨어져”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아파트 대체재로 인기를 끌었던 오피스텔이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고금리와 대출 규제로 부담이 커진 데다 아파트값 하락으로 인해 투자 매력이 크게 줄어들면서다.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매매가격은 곤두박질 쳤고 분양 시장에서도 ‘마피’(분양가보다 저렴한 가격) 물건이 속출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소재 오피스텔 ‘힐스테이트청량리더퍼스트’에선 전용면적 84㎡ 분양권이 10억6606만원에 시장에 나왔다. 분양가(11억6606만원) 대비 1억원 낮은 금액이다. 이 밖에도 마피·무피 물건이 상당하다. 해당 오피스텔은 486실 규모로 주거용 오피스텔이다. 청량리역 바로 앞에 위치한 초역세권으로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분양 당시 486실 모집에 6874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14대 1로 완판됐다.

중구 황학동 ‘힐스테이트청계센트럴’(522세대)에선 전용 51㎡가 분양가(6억7190만원) 대비 6000만원은 낮은 6억119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영등포구 신길동 ‘신길AK푸르지오’(96세대)에서도 전용 74㎡ 분양권이 분양가 대비 8000만원 저렴한 8억9350만원에 매물로 등록됐다.

/ 그래픽=시사저널e

강남이나 용산 등 주요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용산구 원효로1가에 위치한 ‘용산 투웨니퍼스트99’(99세대)는 전용 49㎡ 11억2400만원에 시장에 나왔다. 분양가(12억7900만원)보다 1억5500만원 내린 금액이다. 올해 6월 입주를 시작한 서초구 ‘엘루크반포’(84세대)는 전용 50㎡가 7000만에서 1억원까지 마피가 형성돼 있다. 송파구 방이동 ‘잠실푸르지오발라드’(126세대)에선 분양가의 10% 수준의 계약금 포기 매물도 등장했다.

시장 침체로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자 할인 분양에 나선 오피스텔도 있다. 경기 파주시 운정신도시에 들어서는 주거형 오피스텔 ‘운정 푸르지오 파크라인’은 분양가를 2억원 내려 선착순 동·호수 지정 계약을 진행 중이다. 이곳은 지난 8월 청약 당시 561실 모집에 청약 건수가 176건에 그쳐 대규모 미달이 발생했다.

오피스텔 인기가 시들해진 건 아파트값 하락으로 투자 매력이 크게 떨어지면서다. 주거형 오피스텔은 2020년에서 2021년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자 대체 투자처로 각광받았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아 부동산 호황기에 분양가를 높게 책정한 곳도 많았는데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게 됐다. 애초 아파트의 대체제로 주목받은 만큼 아파트값이 저렴해지면서 수요자들이 더 이상 오피스텔을 살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대출 규제도 한몫했다. 오피스텔은 지난해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됐다. 여기에 DSR 규제 없이 대출이 가능한 ‘특례보금자리론’ 대상에서도 배제됐다. 지원 대상을 주택법상 주택으로 한정하고 있어 건축법을 따르는 오피스텔은 신청할 수 없다. 여기에 대출 비중이 높은 수익형 부동산 특성상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투자 부담이 커진 가운데 전세사기와 역전세 등으로 임대시장이 불안정해진 것도 임대 투자 상품인 오피스텔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오피스텔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부동산원의 오피스텔 가격동향 조사 자료를 보면 올 2분기(7월 1일 기준) 매매가격은 직전 분기 대비 0.85% 하락했다. 지난해 3분기(-0.24%) 이후 하락일로를 걷고 있는 실정이다. 올 7월 기준 전국 오피스텔 매매가격 지수는 95.55 포인트로 14개월(2022년 6월부터~2023년 7월) 째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한국부동산원이 해당 통계치를 작성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오피스텔 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당분간 가격 조정을 받을 것으로 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오피스텔은 아파트 대체재로 인기를 끌었지만 아파트 규제가 풀리고 고금리 현상이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겼다”며 “오피스텔 관련 규제가 풀리지 않는 이상 다시 돌아오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