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측 ‘사업 꽤 진척돼 투입자금 적고 회수 빠른 사업장, 새 시공사 찾기 문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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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홍재3구역 재건축 조합이 내달 9일 시공사 현대건설 취소 및 공사도급 가계약 해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 이미지=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2020년 상반기 시공권 계약을 맺은 서울 서대문구 홍제3구역 재건축조합과 현대건설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시공권 계약을 해지한 조합들 상당수가 그렇듯 이곳 역시 공사비 문제로 갈등의 골이 깊어져 법적 대응까지 거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공사 변경을 시도하는 게 위기 속 묘수가 될지, 제2의 산성구역처럼 갈 길을 잃고 사업이 지지부진하게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홍제3구역은 내달 9일 열리는 정기총회 안건 중 하나로 현대건설 시공사 선정 취소 및 공사도급 가계약 해지의 건을 상정했다.

조합이 시공사와의 계약 해지를 검토한 건 현대건설의 공사비 인상 요구에서 비롯됐다. 지난 5월 현대건설은 해당 사업장의 3.3㎡당 공사비를 898만원으로 올려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초기 계약 당시 공사비가 512만원이었던 점에 견주어보면 약 3년간 75%나 급등한 수준이다. 또 공사기간도 당초 예정했던 34개월에서 51개월로 연장해줄 것을 요구했다.

건설업계에서는 광주 학동에서 철거과정 중 발생한 참사 이후로 철거기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게 오른데다 원자잿값 상승폭도 가파르기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조합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사업장은 하이엔드 브랜드인 디에이치도 아닌 힐스테이트를 적용할 예정이다.

이에 조합은 최근 공사비 검증 및 경제성 분석을 위한 선정업체 선정작업에 착수했다. 현대건설이 제시한 산출근거에 의한 공사비 적정성을 판단하기 위한 것이지만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할 때 적정 공사비를 산정하고 마감재 단가 등을 파악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게 조합의 설명이다.

현대건설은 이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조합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19일 공문을 통해 ‘공사비 절감과 공기 단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계약 해지를 추진하는 조합의 처사에 유감’이라며 ‘총회서 계약해지 안건이 가결될 경우 120억원의 대여금 반환소송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일체의 법적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조합에 경고장을 날렸다.

그럼에도 홍제3구역 조합은 거듭된 유찰로 시공사를 찾지 못하는 여타 사업장들과 달리 자신있다는 입장이다. 가장 큰 이유는 사업이 이주를 앞두고 있는 진행절차상 건설사들의 투입자금은 적고 회수는 빠르다는 점을 꼽았다. 뿐만 아니라 조합은 9월에 현대건설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12월에 새 시공사를 선정하는 것을 예상 일정으로 잡고 있는데 시공사들이 올해 실적을 마감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수주실적에 더욱 민감해 많이들 참여할 거란 점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결과를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자칫하면 성남 산성구역과 같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어서다.

앞서 성남 산성구역도 철거까지 마치고 착공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시공사업단(대우건설·GS건설·SK에코플랜트)이 공사비를 3.3㎡당 418만9000원에서 445만원으로, 그 후 올 초 661만2000원으로 인상해줄 것을 조합에 요청했고 조합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조합은 올해 4월 이사회를 열고 기존 시공사업단과 계약해지를 의결하고 5월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를 내며 새 시공자를 찾기에 돌입했다.

그러나 현장설명회에는 기존 시공사 세 곳과 함께 서희건설, 효성중공업, 진흥기업, 계룡건설산업, 신동아건설 등 중견견설사들만 참여했고 심지어 본입찰에는 아무도 참여하지 않았다. 결국 조합이 재입찰공고를 내고 새 시공사 찾기에 나섰다가 실패한 것이 기존 시공사업단에게 좋은 명분만 준 것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도급공사비를 큰 폭으로 낮춘다면 대형사는 굳이 들어갈 이유가 없다”며 “지금 분위기에서는 중견건설사 어딘가는 들어올 지 몰라도 은행의 신용보증이 안 돼서 PF가 안나올 수도 있다. 또 중견건설사의 폐업신고가 늘어나는 마당에 중간에 잘못될 수 있다는 리스크도 안고가야 한다. 만일 아무도 입찰에 안들어온다면 사업이 지연되며 나가는 금융비와 사업비가 크다는 것도 염두에두며 신중히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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