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 동안 중국 펀드에서 3244억원 자금 유출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5400억원 유입된 것과 대조적
경제 위기감 지속 시 추가적인 자금 유출 가능성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중국 경제를 둘러싼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펀드들의 자금 이탈세가 가팔라지고 있어 주목된다. 중국 펀드의 성과 역시 부진한 상태로 중국 리스크가 지속될 경우 투자자들의 ‘엑소더스’(대탈출)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개입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 반전 가능성도 일부 점쳐진다.

21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중국 펀드에서 최근 한 달 동안 3244억원의 자금 유출이 있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해외 지역 펀드 중에서 가장 많은 설정액 유출 금액이다. 여기에 중화권 펀드 13곳에서 1086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을 포함하면 한 달 동안에만 42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중국 관련 펀드에서 유출됐다. 

자료=에프앤스펙트럼. / 표=김은실 디자이너.
자료=에프앤스펙트럼. / 표=김은실 디자이너.

중국 펀드가 올 들어 가파른 설정액 증가세를 보여왔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중국 펀드는 올 들어 지난달 초까지만 하더라도 5439억원의 자금 유입이 있었다. 같은 기간 중화권 펀드에는 1738억원의 설정액이 증가했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에 따른 경기 재개 기대감으로 투자자들이 몰린 결과였다.

이 같은 급격한 자금 이탈세는 중국의 경제 위기감 고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뇌관이 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최근 파산보호 신청을 했고,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도 채권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는 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졌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금융권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특히 비(非)은행·비제도권 금융 시장인 ‘그림자 금융’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데, 중국의 그림자 금융 규모는 총 3조달러(약 4000조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자 금융의 부실이 제도권 금융 분야의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중국 디플레이션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3%로 2년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생산자물가도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지속했다. 물가가 하락세를 보임에도 소비와 생산 부진이 겹치고 있다. 중국의 7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은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2.5%와 2.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국 경기 침체 우려 영향을 받으면서 펀드 성과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중국 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5.47%로, 같은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베트남과 인도가 각각 22.8%, 14.47%의 평균 수익률을 낸 것 대비 저조한 성적이다. 개별 상품으로 보면 올 들어 수익률이 -20%를 넘어서는 사례도 나왔는데, 신한자산운용의 ‘SOL차이나태양광CSI(합성)’ ETF(상장지수펀드)의 경우 -22.99%를 기록했다. 

문제는 투자심리 개선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대신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정부는 과거와 달리 부동산 기업 지원을 위한 대규모 경기부양 정책을 배제하고 부동산 개발업체의 부도 위기가 금융기관으로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는 선에서 정책적 노력을 쏟아부을 것”이라며 경기 부양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 투자심리 개선에 상당시간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는 일각의 의견도 나온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여전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미국과 유럽이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에서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으로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적극적이고 적절한 개입이 나올 경우 시장 우려는 줄어들 수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기존 3.55%에서 0.1%포인트 인하한 3.45%로 고시했다. 이는 2019년 8월 4.25% 이후 가장 낮은 금리로 중국 정부가 유동성 공급에 나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LPR은 10개 지정 은행의 최우량 고객 대출금리 동향을 취합한 수치다. 실질적으로는 기준금리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