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13주째 상승에 매수심리 상승 영향

/ 표=정승아 디자이너
최근 한 달 사이 서울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 거래된 신고가 사례 / 표=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큰손들의 부동산 쇼핑 지역 1순위로 꼽히는 서울 토지거래허가구역 곳곳에서 역대 최고가 기록이 잇따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7%에 육박함에 따라 당분간 집값 상승보다 보합을 높게 점치는 전문가들의 전망에도 불구하고, 상급지로 일컬어지는 지역들은 외풍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2차 192㎡는 지난달 중순 54억원에 실거래됐다. 이는 1년 7개월 전인 21년 12월 종전최고가 45억원보다 9억원 높아진 수준이다.

압구정에서는 지난달에 이어 이달 또 다른 신고가 기록이 나오기도 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전용 167㎡가 61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6월 중순 동일타입이 51억원에 손바뀜된 점에 견주어보면 두달 새 10억원이나 오른 값이다.

압구정은 다음 세대에나 이루어질 법 하던 지지부진한 재건축이 속도를 내면서부터 거래량이 늘기 시작했다. 압구정 아파트지구는 올해 지구단위계획안이 공개되면서 사업 추진 동력을 얻게 됐다. 올 들어 서울에서 거래된 매매가 50억원 이상의 아파트 거래건수는 총 79건인데, 이 가운데 압구정의 거래량이 27건으로 35% 가까이 차지했을 정도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집을 사면 2년 동안 실거주해야 해 전세 등을 낀 갭투자가 불가능함에도 매도자 우위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토지거래허가구역인 삼성동에서도 최근 역대 최고가 거래 기록을 갈아치우는 사례가 나왔다. 지난달 말 삼성동 아이파크 216㎡가 62억원에 거래되며 지난해 3월 동일타입 60억원 거래 대비 2억원 높은 값에 손바뀜된 것이다. 이 단지가 있는 지역 일대가 국제교류복합지구 관련 대규모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데다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도 다른 노선과 달리 공사 진행으로 인해 개통시기가 구체화 된 점이 집값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용산 정비창 구역과 함께 한강 이북지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인 성동구 성수동에서도 신고가 기록이 나오긴 마찬가지다. 성수동 서울숲힐스테이트 143㎡은 이달 초 31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2개월 전인 6월 27억6000만원 대비 두달 새 4억원 오른 모습 보였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압구정과 청담을 마주 보고 있는 성수전략정비구역 1~4 지구는 현재 4개 지구 전부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건축심의 과정에 있다.

2007년에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 일환으로 정비사업이 추진됐지만 전 고 박원순 시장의 35층 규제로 사업추진을 못하고 있다가 올해 초 발표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따라 35층 층수 제한이 폐지되며 다시 사업이 본격화됐고 거래도 활성화된 것이다.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올해 안으로 건축심의를 통과하면 바로 사업시행인가를 준비할 예정으로, 이 구역이 개발되면 총 8200여 세대 대단지로 재탄생하게 된다.

이처럼 대규모 개발 추진의 상징적 지역으로 꼽히는 곳들에서 주택 비수기임에도 잇따라 신고가 기록이 나오면서 당분간 대출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집값 오름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압구정, 삼성, 성수 등 최근 신고가 기록이 나온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단지들은 다른 지역이나 단지로 대체될 수 있는 매물이 아니다”며 “주택시장 연착륙 조짐이 보이자 자산가들이 매물의 희소성이 강한 이들 지역을 집중적으로 매수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가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으나, 매매가격 등락은 지역별 혼조세 양상이 더 뚜렷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백새롬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정비사업 유망 단지나 고가 단지 위주로 높은 호가가 유지 중인 지역 상당수가 전고점 회복세가 강해지고 있지만 호재성 요인이 뚜렷하지 않거나, 전세시장 불안요인 등이 해소되지 않은 지역의 경우 약세흐름이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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