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임단협 결렬···5년만 파업 예고
현대차 따라 완성차 줄파업 예상···정년 연장·임금 인상 등에서 이견 커
KG모빌리티, 완성차 중 유일하게 임단협 마쳐···하반기 성장 기반 마련

올해 완성차 5개사 노조가 파업 없이 임단협을 마무리 지었다.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올해 완성차 노사가 임단협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노조 파업이 예상된다.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국내 완성자동차 업계가 여름 휴가를 마치고 노동조합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하 임단협)을 진행 중인 가운데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해 줄파업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완성차 노조는 최근 수 년간 코로나19 위기 상황 등으로 파업을 자제하며 임단협을 마무리지었지만, 올해는 실적 개선에 따른 임금 인상 압박과 정년 연장 등의 문제로 파업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 18일 울산공장에서 열린 17차 교섭에서 임단협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사측이 이전 교섭 행태를 버리지 못하고 진전된 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라며 “이에 교섭 결렬을 선언하며 이제부터 갈 길을 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노조는 바로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 조정 신청을 했으며, 오는 23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발생을 결의하고 투쟁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어 25일에는 조합원 대상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이번 투표는 모바일 투표 방식이 될 전망이다.

이후 중노위가 노사 입장 차이가 크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고, 조합원 3분의 2 이상이 파업에 찬성할 경우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게 된다.

노조는 올해 기본급 18만49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 상당의 성과급 지급, 상여금 900%, 각종 수당 인상 등을 요구했다. 또한 별도 요구안에는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최장 만 64세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 4년간 노조는 코로나19, 대외 경제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파업 없이 교섭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최근 현대차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그에 걸맞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며, 특히 정년 연장에서 노사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이전 임단협에서도 정년 연장에 대해선 ‘수용 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전기차 전환을 맞아 필수 생산 인력이 줄어들고 있는 데다, 사회적인 부정적 여론 등을 고려하면 정년 연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정년 퇴직을 앞둔 50대 이상 조합원이 절반 수준에 달하는 데다, 연말 지부장 선거까지 앞두고 있는 만큼 조합원이 요구하는 정년 연장에선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기아·GM도 합의점 못 찾아···르노코리아는 잠정합의안 부결

현대차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다른 완성차 노조들도 연달아 파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기아 노조는 올해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 영업이익 30% 성과급 지급, 신규 인원 충원,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사측과 합의점을 아직까지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차기 교섭에도 수용 불가 입장으로 교섭을 진행한다면 파행될 수 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라며 “노조는 투쟁을 피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GM한국사업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GM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 성과급 1800만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회사가 9년만에 흑자전환에 나선 만큼 임금을 올려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노조는 국내 전기차 생산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GM이 전기차 전환을 선포한 가운데 전기차 생산이 없을 경우 생산 거점으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최근 출시한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를 통해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것이 우선이며, 전기차 생산은 추후 논의돼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유지 중이다.

노사간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노조는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르노코리아자동차의 경우 앞서 기본급 10만원 인상, 타결 일시금 250만원과 생산성 격려금 약 100만원 지급, 노사 화합 비즈포인트 20만원 등이 담긴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으나 조합원 투표에서 반대 52.3%로 부결됐다.

금속노조 산하 르노코리아자동차지회는“기본급 10만원 인상은 내년도 최저임금 미달에 조정 수당 메꾸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며 무더기로 반대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노사는 다시 협상을 시작해 새로 합의안을 만들 예정이다.

KG모빌리티는 지난 4일 완성차 업계 중 유일하게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 지었다. 노사는 기본급 5만원 인상, 본인 회갑 1일 특별휴가 신설 등에 합의하며 교섭을 마쳤다.

이에 따라 KG모빌리티는 파업 변수가 사라지며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KG모빌리티는 올해 내수는 물론 해외에서 판매를 늘려나가며 1~7월 7만5993대를 판매해 전년대비 30% 성장한 바 있다. 이에 올 상반기 처음으로 2조원 매출을 달성했으며, 2016년 이후 7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어 오는 9월에는 토레스 전기차 ‘토레스 EVX’를 출시하며 국내외 판매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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