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병원 치료 중 숨져···법정형 ‘사형 또는 무기징역’ 규정
계획 범행 맞지만 살인의 ‘미필적 고의’ 입증해야···최씨는 살해 의도 부인
‘윤 일병 폭행사망 사건’서 주범에게 미필적 고의 인정···21일 시신 부검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사건의 피의자 최아무개씨가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관악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사건의 피의자 최아무개씨가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관악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경찰이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여성을 둔기로 가격한 뒤 성폭행해 숨지게 한 30대 최아무개씨에게 강간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은 범행 전후 최씨의 행적을 분석해 성폭행뿐 아니라 피해자를 살해할 의도가 있었는지 규명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최씨의 혐의를 성폭력처벌법상 강간등상해에서 강간등살인으로 변경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은 피해자가 치료를 받다 사망하자 혐의를 변경했다. 피해자는 사건이 발생한 지난 17일 의식불명 상태로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치료를 받아왔지만 지난 19일 오후 숨졌다.

성폭력처벌법상 강간등상해죄의 법정형은 무기징역이나 10년 이상의 징역이지만, 강간등살인죄는 ‘사형이나 무기징역’으로만 처벌된다. 징역이 5년 이상인 일반 살인죄보다 법정형이 무겁다.

경찰은 범행 당시 최씨가 피해자를 살해할 의도가 있었는지,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폭행했는지를 조사해 미필적 고의 등 살인 고의성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최씨는 지난 17일 대낮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공원 둘레길에서 30대 여성을 금속 너클로 폭행하고 강간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주위를 지나던 등산객이 피해자의 비명을 듣고 오전 11시44분쯤 경찰에 신고했으며 오후 12시10분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최씨를 현행범 체포했다.

경찰은 최씨가 범행 4개월 전 금속 재질 흉기인 너클을 구매한 점, 금천구 독산동 집부터 신림동 야산 등산로까지 2시간 가까이 도보로 이동하며 범행 대상을 물색한 점, 피해자를 뒤따라가 폭행한 점 등으로 미뤄 계획적 범행으로 보고 있다.

최씨는 성폭행을 하려고 너클을 샀다고 인정하면서도 범행 당일 성폭행은 미수에 그쳤고 A씨를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전날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관악경찰서를 나서면서서도 피해자를 향해 “죄송하다. 빠른 쾌유를 빌겠다”고 말했다. 범행 이유 등 다른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은 최씨가 흉기를 동원해 의식을 잃을 정도로 폭행한 만큼 최소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는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법원은 지난 2014년 발생한 ‘윤 일병 폭행사망 사건’의 주범 이아무개 병장에 대해 “피해자가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았고 이를 용인했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하다”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를 인정한 바 있다.

경찰은 오는 21일 피해자 시신을 부검해 구체적인 사인을 규명하고 폭행 피해와 사망의 인과관계를 확인하기로 했다. 또 이번 주 내로 신상정보공개위원회를 열어 최씨 이름과 얼굴의 공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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