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마약’ 명칭 사용 자제 권고
마약 단어 곳곳서 사용, 상인들 ‘반신반의’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음식 메뉴 앞에 수식어로 붙여지던 ‘마약’ 문구가 점차 사라지게 될 전망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식품 이름에 마약이 쓰이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식당 점주들은 마약이 사용된 메뉴 이름을 바꾸거나 상호명 변경에 적극 나서고 있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 소비자식품위생감시원은 지난 6월부터 ‘마약’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음식점 등에 직접 방문해 업소명 변경을 권유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에 '마약'을 검색하자 53건의 마약 단어를 사용한 음식이 검색됐다. / 사진=배달의민족 캡처
배달의민족에 '마약'을 검색하자 53건의 마약 단어를 사용한 음식이 검색됐다. / 사진=배달의민족 캡처

통상 마약 단어가 들어간 음식은 맛있는 음식으로 간주돼 왔다. 마약김밥, 마약옥수수, 마약계란장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 배달앱에서도 마약을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음식 메뉴들을 찾아볼 수 있다. 배달의민족에서는 53건의 마약 단어가 사용된 음식 메뉴가 검색됐다.

다만 국내에서 10~30대 마약사범이 증가하고 있다. 식약처는 일상생활에서 마약이라는 표현을 자주 접한 청소년들이 마약에 대한 경계심을 낮추고 친숙하게 여길 우려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상업적 사용을 줄이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상호명에 마약이 들어간 음식 관련 업소는 전국에 216개였다. 일반음식점이 185개로 가장 많고 휴게음식점(23개), 즉석판매제조가공업(6개) 등이다. 제품명에 마약이 사용된 곳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 5월 마약김밥과 같은 식품 또는 음식점 명칭에 마약 용어 사용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회를 개최했다. 당시 식약처와 지자체는 규제 필요성에 모두 공감하고 식품 등에 마약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지 않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특히 지자체는 식품접객업 영업신고서를 제출하거나 가공식품의 품목제조보고시 상호나 제품명 등 일부에 마약 단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영업자에게 권고하기로 했다. 마약이 들어간 간판, 메뉴판, 메뉴명 등을 교체하게 되면 이에 따른 비용도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도 마약 단어 사용 자제 권고를 위한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의결했다. 일례로 경상남도는 새 업소가 영업 신고할 때 마약 단어가 들어가면 다른 명칭으로 변경하도록 하거나 기존 업소에는 메뉴에 마약 단어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이로써 경상남도 지역 음식점 24곳은 마약 단어가 포함된 메뉴 이름을 변경했다.

다만 일부 상인들 사이에서는 마약 단어 줄이기에 반신반의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일부 상인들은 여전히 메뉴판에 ‘마약김밥’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상인들은 “메뉴판에서 마약을 지워도 마약김밥 달라고 하면 그만 아닌가”, “마약김밥 때문에 손님들이 오는 경우가 많다”, “마약계란장이 식당 핵심 메뉴인데 어쩌나” 등 우려 목소리를 내고 있다.

피자 프랜차이즈 대표는 “마약 단어 사용하지 않는 것 관련 내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메뉴명 변경을 내부에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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