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법령상 최고책임 물을 것" 엄포
연내 완료 예상했던 DGB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불확실성 커져
징계 수위 따라 신규 사업 인·허가 차질 발생 고려 시 시중은행 전환 어려울 수도
"신뢰도와 도덕성 타격 불가피해 암초 직면···실질적 부담 더 커져"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최근 문서 위조에 증권 불법계좌 개설 논란까지 빚어진 임직원 비위와 관련해 황병우 DGB대구은행장이 고개 숙여 사과했다. 금융당국이 근래 발생한 금융사고에 대해 법령상 최고의 책임을 물을 것이란 엄포를 한 만큼 연내 완료될 것으로 예상하던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불확실성이 커졌단 관측이 나온다. 당국이 불법 행위와 관련해 어떤 제재를 내릴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징계 수위에 따라 신규 사업 인·허가 차질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중은행 전환이 어려울 수도 있단 전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황병우 DGB대구은행장은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 주재로 열린  '내부통제·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위한 은행장 간담회'에서 "고객들과 금융당국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원인 규명을 철저히 해 앞으로 유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DGB대구은행이 금융권에서 가장 모범적이고 선진적인 내부통제 시스템을 만들도록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DGB대구은행 직원들이 고객 문서를 위조해 증권 계좌를 개설한 정황을 포착해 긴급 검사에 착수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DGB대구은행 내 영업점 직원 수십 명은 내부평가에 활용되는 실적을 높일 목적으로 1000여 건이 넘는 고객 문서를 위조해 증권 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파악됐다. DGB대구은행은 지난 2021년 8월부터 은행 입출금통장과 연계해 다수 증권회사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조사를 통해 위법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조치한단 방침이다. 특히 DGB대구은행은 직원들의 실명법 위반 행위를 인지하고도 한달 가까이 지나도록 해당 사실을 당국에 보고 하지 않았단 의혹도 받고 있다.

이에 지난 10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고객 자금 운용은 은행의 기본적인 핵심 업무"라며 "횡령을 한 본인 책임은 물론 관리를 제대로 못한 것, 금융당국 보고가 지연된 부분에 대해 법령상 허용 가능한 최고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번 돌발 악재로 DGB대구은행의 연내 시중은행 전환에 경고등이 켜졌단 우려가 나온다. 당초 DGB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다음달 금융위원회에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신청을 할 예정이었다. 비위 정도에 따라 인허가 결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중은행 전환을 검토하던 금융위원회도 당황스러운 눈치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에 따라 전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의 검사 일정이나 결과에 따라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인가 신청 및 승인 시점이 변경될 수 있는 구조인 만큼 신중한 판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내부통제 시스템을 제대로 갖췄는지 여부가 시중은행 전환의 필수 요건은 아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연일 내부통제를 강조하는 만큼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시중은행 전환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아직 부정적인 목소리를 직접 내지 않았지만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내부통제 실패로 발생한 금융 사고라고 판명될 경우 대구은행의 연내 시중은행 인가가 어려울 전망이다.

DGB대구은행 관계자는 "정도경영에 위배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향후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며 "아울러 금감원의 검사에 성실히 임하며 제도보완을 통해 유사사례 발생 방지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DGB대구은행은 최소 자본금(1000억원), 지배 구조(산업자본 보유 한도 4%), 대주주 위법 여부 등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인가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 이 밖에 사업 계획 타당성, 자금 조달방안 적정성, 인력·영업시설·전산 체계 등의 물적 설비 보유 여부 등에도 특별한 문제가 없단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연내 시중은행 전환이란 숙원사업을 추진 중인 DGB대구은행으로서는 신뢰도와 도덕성에 타격이 불가피해 암초에 직면한 형국"이라며 "실질적 부담이 더 커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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