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 각그랜저, 갤로퍼 등 추억의 옛 차 부활
전기차 아이오닉·EV 시리즈도 좋은 추억 남겨주길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사회 전반적으로 레트로(복고) 인기가 높아지면서 자동차 업계에서도 옛 차 복원 작업에 한창이다. 과거 인기 차들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내놓는 ‘레트로 카’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KG모빌리티가 무쏘의 정신적 계승작인 ‘토레스’를 출시하며 강인한 정통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부활을 알렸으며, 현대자동차그룹도 헤리티지(유산)를 담은 다양한 차량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신형 그랜저의 경우 1세대 ‘각 그랜저’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형 그랜저가 각 그랜저에서 디자인을 따온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SNS 등에서 공개 전부터 주목을 끌었다.

또한 현대차는 최근 자사 첫 차인 ‘포니’ 전시회를 열어 과거 포니 차량과 포니 쿠페 복원 모델 등을 선보인 바 있다.

이어 이날 출시한 싼타페도 과거 현대차 갤로퍼에서 디자인 영감을 받아 각지고 다부진 디자인과 아웃도어 감성을 강조해 설계했다.

기아도 올해 30주년을 맞이한 스포티지의 헤리티지를 기리는 자리를 마련한 한편, 추후 최초 양산차 ‘브리사’ 복원 작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헤리티지 프로젝트는 기성 세대에겐 옛 추억을, 젊은 세대에겐 레트로 감성으로 다가가면서 마케팅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다.

또한 최근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고령화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레트로 열풍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조사기관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신차 구매가 증가했다. 올 상반기 20대 신차 구매는 4만95대로 전년대비 7.2% 늘었던데 비해 30대는 11만3702대로 전년대비 8.6%, 40대는 14만8770대로 전년대비 10.8%, 50대는 18만470대로 전년대비 25.1%, 60대는 14만4793대로 전년대비 34.2% 늘어났다.

50대 신차 구매가 가장 많았으며, 50대 이상 비중이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셈이다. 고령층의 소비력이 높아지면서 제조사들도 이들을 겨냥한 옛 차 복원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최근 테슬라를 비롯해 전기차 시장에서 신생 업체들이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헤리티지를 앞세워 기존 충성 고객층을 유지하고, 이들과의 차별화를 두기 위한 의도도 내포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이 헤리티지 작업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은 그만큼 역사가 쌓였다는 의미다. 전체 글로벌 완성차 기업으로 보면 현대차는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에 속한다. 1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토요타, GM, 벤츠 등에 비해 현대차는 이제 55주년에 불과하다.

하지만 50년의 세월 동안 수많은 차를 출시하면서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린 차량들이 많아졌으며, 이에 헤리티지 프로젝트도 가능해진 것이다.

포니, 갤로퍼, 각그랜저 등 옛 차 복원 작업에 사람들이 환호한 것은 그만큼 이 차량들에 대해 사람들의 추억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부모님과 함께 탔던 차량으로, 월급을 한 푼 두 푼 모아 장만한 내 차로, 도로에 다니는 모습을 보며 마음속에 품어왔던 드림카로 각자의 추억 앨범 속 한 켠에 자리잡은 차들이다.

현대차는 최근 전동화 시대 전환을 앞두고 과거 헤리티지를 계승하며 전기차 시대 리더십을 확고히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으로 50년이 더 지난 미래에 현대차 아이오닉, 기아 EV 시리즈가 레트로 열풍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 만큼 사람들에게 좋은 차로 기억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현대차그룹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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