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악명 DL이앤씨·SPC, 이달 사망사고 발생···국회, 사안 엄중 주시
“안전책임자, 사업주 처벌 면피 수단”···올해 국정감사 오너 소환 움직임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최근 산업재해로 악명높은 DL이앤씨(옛 대림산업)와 SPC 사업장에서 잇따라 사망사고가 나면서 국회가 관련 법령상 사각지대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기업 내 최고안전책임자가 오너나 대표이사의 중대재해처벌법상 처벌을 피하는 도구로 전락했단 지적이 나오면서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다. 야당을 중심으로는 DL이앤씨·SPC 관계자를 올해 국정감사에 소환할지 여부도 검토에 들어갔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산업현장에서 특정 기업과 관련된 중대 재해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11일 부산 연제구 소재 한 재개발 건설현장에서 DL이앤씨 하청노동자가 아파트 6층 창호교체 작업 중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다. 지난 8일엔 경기 성남시 소재 SPC 계열 샤니 제빵공장에서 여성 근로자가 반죽기계에 끼여 이틀뒤 사망했다.

DL이앤씨와 SPC는 근로자 재해가 빈번한 대기업으로 손꼽힌다. DL이앤씨는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소속 사업장에서 총 7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해 8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 부산 연제구 사고 1주일 전엔 하청노동자가 지하 전기실 양수 작업 중 수심 2m 물에 빠져 숨지기도 했다. SPC는 최근 5년간 계열사에서 연평균 150여건의 산재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엔 계열사 공장에서 20대 근로자가 끼임사고로 숨진 상황에서 제조 공정을 지속한 것으로 알려져 지탄을 받기도 했다.

DL이앤씨 사망사고/ 표=정승아 디자이너
DL이앤씨 사망사고/ 표=정승아 디자이너

이들 업체에서 사고가 끊이질 않으면서 국회도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등 현행 산업안전 관련 법령에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없는지 제대로 살펴봐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다만, 회사 내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선정할 경우 사고 책임이 애매해진단 지적이 있다. 

DL이앤씨의 경우 그간 사망사고로 입건 조사를 받은 마창민 대표이사는 회사에서 CSO를 선임했기에 자신은 중대재해처벌법에 해당하지 않는단 취지로 방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당국 또한 마 대표 논리에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여야도 사업주가 면피용으로 CSO를 내세우는 문제를 주시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안전사고가 났을 때 근로자의 잘못인지, 회사의 관리 미숙인지 예단해서 말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산업안전에 대한 예산, 인력을 기업 오너들이 좌지우지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전문가들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안전 관련해 CSO를 세우는 것이 오너에 대한 모든 책임을 면제하기 위한 것인지는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며 “중요한 것은 초점을 산재를 얼마나 예방할 수 있는지에 둬야 하지 처벌에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야권 환노위 관계자는 “현장에서 산업안전 관리에 어떤 미비점이 있고, 회사 측에서 어떤 식으로 빠져나가려하고 하는지 살펴보고 있다”며 “CEO들이 CSO에 책임을 좀 전가하고 자신들은 좀 피해가려는 시도가 보이긴 한다. 이 부분은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은 중대재해법 손질까지 고려하진 않는단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중대재해법은 취지가 사업주에게 실효성 있는 처벌을 내림으로서 기존에 발생하는 중대재해를 막아보잔 것이다”며 “안전관리자가 모든 책임을 질 순 없고 보통은 CEO나 사업주가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DL이앤씨와 SPC는 잇단 산업재해로 악명이 높았는데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국민적 비판이 더욱 거세지는 모양새다. 노동당국 또한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하는 가운데 국회는 올해 국정감사에 DL이앤씨와 SPC 사업주를 부를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DL이앤씨는 마창민 대표이사가, SPC는 계열사인 SPL의 강동석 대표이사가 소환된 바 있다. 노동계를 중심으로 월급 사장이 아닌 두 기업의 실질적 오너인 이해욱 DL그룹 회장과 허영인 SPC그룹 회장을 불러 책임을 추중해야 한단 주장이 나온다. 

환노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SPC나 DL이앤씨의 국감 출석 얘기가 안 나오는 건 아니다”며 “아무래도 민주당이나 정의당 등에서 출석 요구를 할 것 같다. 각 의원실에서 출석 요구가 있으면 간사실에서 의견을 모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의원은 “사고 유형을 한 번 봐야 한다. 기업인들을 마구 부른다고 능사는 아니다”며 “사고 유형을 좀 정확하게 보고 노동부에서 곧 발표할 사고 유형을 보고 국감 소환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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