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준 사장 “임명권자 의사에 거취 따르겠다” 고개 숙여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아파트 전수조사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한준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 사장은 91개 아파트 단지 전수조사 과정에서 철근이 누락된 단지 5곳이 누락 정도가 경미하다고 자체 판단해 지난 발표에서 제외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 사진=연합뉴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아파트 전수조사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사장은 91개 아파트 단지 전수조사 과정에서 철근이 누락된 단지 5곳이 누락 정도가 경미하다고 자체 판단해 지난 발표에서 제외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공공 아파트 단지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철근 누락 아파트 단지 5곳을 발표에서 제외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도가 경미하다고 자체 판단한 것이다. 앞서 LH는 전수조사를 진행한 아파트 단지 91곳 가운데 15곳이 문제가 있다고 발표했으나, 실제 철근 누락이 발생한 아파트는 20곳에 달했다. 

이한준 LH 사장은 11일 LH 서울본부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관련 내용을 밝히고 임원 전원의 사직서를 받았고 본인 거취도 정부 뜻에 따르겠다고 했다.

이 사장은 이날 “지난달 31일 발표 전 이미 현장에서 자체 보강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5곳을 자체적으로 뺐다는 보고를 어제 오후에 받았다”며 “대외적으로 발표되는 사장 자료의 기본 통계조차도 임의적으로 뺐다는 데 참담하다 못해 실망을 금할 길이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날 철근 누락 사실이 새로 확인된 5곳은 화성남양뉴타운 B10, 평택소사벌 A7, 파주운정3 A37(이상 준공 완료), 고양장항 A4, 익산평화(이상 공사 중) 등이다.

LH는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됐음에도, 전수조사에 포함하지 않은 1개 단지를 추가 확인했다. 재조사 결과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LH 공공발주 아파트는 102곳(11일 기준)이다. 민간참여아파트는 19곳으로 늘었다.

LH는 이날 추가된 무량판 구조 아파트 단지 5곳을 포함한 단지 20곳에 대해 긴급안전점검에 나섰다. 주민과 협의 아래 보강 조치할 방침이다.

아울러 민간이 설계·시공한 민간 참여 공공주택사업(70곳)과 재개발 사업(3곳) 가운데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19곳은 민간 사업자와 협의를 통한 긴급정밀점검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지난 9개월 동안 내부적인 힘에 의해, 자정에 의해 조직을 혁신하려 했지만 스스로 판단하기에는 내부 자력으로만은 이 조직을 혁신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며 머리를 숙였다. 이어 “경찰청·감사원·공정거래위원회 등 3개 기관에 수사 또는 조사도 의뢰했다”고 밝혔다.

그는 “LH를 근본적으로 혁신하고자 하는 의지 표현으로 전체 임원의 사직서를 받았고 새 인사를 통해 LH를 변화시키겠다. 제 거취도 국토교통부 장관을 포함한 정부 뜻에 따르겠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본인의 거취 등에 대한 결과가 나오는대로 대대적인 인력감축과 조직개편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는 자체 감리 등 주요 기능을 민관 또는 지자체로 이관하는 방안 등을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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