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라는 플랫폼에 의존하는 사업자···사업지속성 면에서 우려
삼프로TV 상장 허가시 다른 유튜버, 아프리카BJ 상장 막을 명분 없어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유튜브 채널 ‘삼프로TV’를 운용하는 이브로드캐스팅이 스팩과 합병을 통해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브로드캐스팅은 지난달 21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제출했다. 엔에이치기업목적제25호(NH스팩25호)와 합병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브로드캐스팅과 NH스팩25호의 합병비율은 1대 0.0577651다. 합병 후 시가총액은 2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일단 상장에 앞서 이브로드캐스팅이 어떤 성격의 법인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김동환, 이진우, 정영진 3인이 운영하는 경제 유튜브 채널을 핵심 기반으로 설립됐다.

한국거래소가 상장심사에서 가장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요소는 기업으로서 지속이 가능한 지 여부다. 그래야 투자자들의 손실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모든 상장예비기업에 적용되는 근본 원칙이다.

이브로드캐스팅은 형식상 법인이지만 사업내용은 김동환, 이진우, 정영진 3인이 운영하는 유튜브다. 아웃스탠딩 등 여러 업체를 인수하기는 했지만 이는 상장을 앞두고 사업다각화 형식을 갖추기 위한 구색맞추기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결국 어떻게봐도 삼프로TV가 이브로드캐스팅이고 이브로드캐스팅이 삼프로TV다.

한국거래소가 역사상 유튜브 채널을 상장시킬 지 여부가 관건이다. 한국거래소는 단일 플랫폼에 의존하는 사업자를 상장시킨 전례가 없다. 플랫폼은 상장할 수 있다. 하지만 플랫폼에 의존하는 사업자는 사업 지속성에 결격사유를 가진다.

지금도 수많은 유명 유튜버들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보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도 안티들의 노란 딱지로 수익창출이 불가능해졌고 내분이 일어나 사실상 폐쇄됐다. 유튜버 심사임당도 콘텐츠 훔치기 논란으로 대중들로부터 버림을 받았다. 보람튜브 등 수많은 키즈 유튜브 채널은 한 때 돈을 쓸어 담았지만 아동학대 논란 속에 유튜브가 키즈 유튜브 채널의 맞춤광고와 댓글을 막는 규제를 발표하면서 나락으로 갔다.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한 곳이 유튜브다.

올해 들어 이브로드캐스팅 역시 공매도 세력과 결탁했다는 논란에 휘말리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이사가 “2000만원을 내고 출연했다”고 밝히자 이에 충격을 받고 차갑게 돌아선 사람들도 적지 않다. 지금도 이런데 향후 출연진의 스캔들이나 유튜브 정책 변경 등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지 않고 한국거래소가 상장을 허가해줄까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이브로드캐스팅은 한국경제TV나 KNN, SBS 같은 방송사와 다르다. 한국경제TV나 KNN, SBS는 법적으로 보장된 자신들의 채널을 가지고 방송사업을 진행하는 플랫폼사업자다. 인적 구성이 바뀌어도 방송사업은 항구적으로 진행된다. 말 그대로 기업이다. 하지만 이브로드캐스팅은 그렇지 않다.

이브로드캐스팅은 여러 채널에 콘텐츠를 제작해 공급하는 제작사나 PP도 아니다. 스트리밍 채널이 아프리카TV나 트위치처럼 다변화된 것도 아니다. 말 그대로 유튜버라고 볼 수 있다.

이브로드캐스팅 상장이 허용되면 다른 유튜버나 아프리카BJ, 트위치 스트리머도 상장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유명 여행 유튜버나 먹방 유튜버 혹은 속칭 ‘여캠’들도 법인을 세워 상장할 지 모른다.

지난해 이브로드캐스팅은 매출은 281억원, 영업이익은 76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한 달에 수십억원씩 버는 아프리카BJ들이 우리나라에 즐비하다. 이브로드캐스팅보다 아프리카TV BJ들의 수익활동 연혁이 훨씬 길고 팬들의 충성심도 더 강하다.

이브로드캐스팅 상장을 허가해주면 이후 유튜버나 아프리카BJ, 트위치 스트리머들이 법인을 세우고 상장을 요구할 경우 한국거래소가 이를 거절할 논리를 내세우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브로드캐스팅이 스팩합병을 통해 상장을 하려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핵심은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로 보인다.

이브로드캐스팅은 올해 2월 IMM인베스트먼트로부터 투자유치를 하면서 기업가치로 3000억원을 인정받았다. 당초 공모를 추진했으나 여의치 않다고 판단하고 결국 스팩합병으로 우회했다.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면 NH스팩25호 주주총회에서 합병안건이 통과할 지 여부도 관건이다.

애당초 유튜브 채널에 투자를 진행한 사람들이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들을 구제해주기 위해 한국거래소가 자본시장의 근본 룰까지 바꿀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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