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전망치와 동일, 정부·IMF 등 하향조정과 다른 흐름
소비·서비스수출 부진, 건설투자·상품수출 호조로 상쇄
소비자물가 0.1%p 상향, 금리 인상 압력 낮췄단 분석도
“소비회복 가능성 낮아, 결국 수출이 성장률 좌우할 것”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수출부진과 내수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유지했다. 하반기 민간 소비는 당초 예상보다 부진하겠지만 건설투자와 상품수출이 더 나아질 것이란 분석에 따른 결론이다. 물가는 최근 국제유가 상승을 반영해 기존 전망치보다 소폭 더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10일 KDI는 ‘경제전망 수정’을 발표하고 올해 우리 경제가 1.5%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5월 전망치와 동일한 수치로 최근 정부와 글로벌전문기관이 일제히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성장률 전망을 1.6%에서 1.4%로 낮췄고,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달 1.5%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소비·서비스수출 부진, 건설투자·상품수출 호조”

KDI는 우리경제가 상반기 저점을 형성한 후 하반기 완만하게 회복할 것이란 기존 흐름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예상보다 소비와 서비스수출이 부진하겠으나 건설투자와 상품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상쇄할 것이란 분석이다. 

민간소비는 국외 영행의 회복 속도가 완만한 수준에 그친 점을 반영해 기존 전망치 3.0%보다 낮은 2.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투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등 건설사 관련 금융시장 불안 영향이 제한적이었던 것을 반영해 기존 전망인 0.4%보다 높은 1.3%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설비투자는 기존 전망 1.1%와 유사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은 상품 수출 증가폭이 확대되겠으나 서비스 수출 회복이 지연되면서 기존 전망치 1.4%와 동일한 성장세를 전망했다. 천소라 KDI 전망총괄은 “상품수출은 상반기 자동차를 중심으로 실적치가 기존 전망을 상회했으며 하반기는 중국경제 하방 요인과 미국경제의 상방 요인이 유사하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서비스수출은 중국인 관광객 유입의 회복이 지연되면서 기존 전망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경상수지는 상품수지와 본원소득수지의 상반기 실적치가 높게 나타난 점을 반영해 164억 달러 흑자에서 313달러 흑자로 상향 조정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상반기 실적치를 보면 서비스업은 해외 관광객들 유입이 줄면서 생각보다 덜 좋았고 제조업은 자동차 부문 수출이 많이 이뤄지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덜 나빠지면서 합쳐놓고 보니 KDI 전망과 유사한 방향으로 갔다”며 “하반기는 소비가 예상치에 못미칠 것 같고 투자나 상품 수출은 전망치를 좀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수출이 좀 더 나아진 반면, 내수가 부진하면서 경상수지도 상향 조정됐단 설명이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상승 등을 반영해 기존 전망(3.4%)보다 0.1% 높은 3.5%를 제시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기존 전망과 유사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준금리 인상 압력은 경기부진 완화와 양호한 고용시장 흐름, 물가상승세 둔화를 근거로 줄어들었다고 봤다.

◇경제 전반 리스크 여전···“성장률, 결국 수출이 결정”

KDI가 기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유지했지만 우리 경제를 둘러싼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다. 특히 소비와 고용에서 부진한 모습이다. 올해 1분기 민간소비는 전분기 대비 0.6% 성장했지만 2분기 성장률은 0.1%에 그쳤다. 고용은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폭이 21만명에 그치며 2021년 2월 이후 29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수출 또한 중국경제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최근 경상수지 흑자도 수출보다 수입이 더 감소해 나타나는 불황형 흑자인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수출이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을 결정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지금 대중수출이 예상과 달리 중국의 디플레이션 때문에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있어 관건은 수출에 있다”며 “내수는 정부가 추경을 배제하는 상황에서 소비도 늘 가능성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수출이 하반기에 많이 늘어나면 목표 성장률을 맞출 수 있겠지만 예상만큼 늘어나지 않고 지금처럼 감소추세를 보인다면 목표성장률 달성이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KDI도 올해 성장률이 1.5%보다 낮아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았다. 중국의 경기부진이 심해지거나 글로벌 인플레이션 확대로 주요국 금리인상이 지속되면 우리 경제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정 실장은 “KDI의 가장 베이스라인이 되는 시나리오상에선 성장률이 1.5%인데 전망의 위험 요인들이 불거진다면 1.5%를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며 “1.5%가 1%대 초반과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전망 위험요인이 좀 많이 불거지면 여전히 1% 초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KDI는 물가상승세 둔화로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이 줄어들었다고 봤지만 한미 금리차를 감안하면 인상 압력이 여전하단 지적이 나온다. 김 교수는 “(금리인상 필요성은) 소비자 물가 상승률에 달렸다. 물가가 2%대나 3%대 초반에 머무른다면 미국이 한 차례 더 기준금리 인상을 하더라도 금리를 올릴 필요는 별로 없다”며 “변수는 환율이다. 금리차에 환율까지 오르면 자본 유출 우려 때문에 통화당국이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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