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종상향 대신 임대주택으로 기부채납”
1~3단지 “애초 잘못 지정, 조건 없는 종상향 이뤄져야”
양천구 ‘녹지 조성’ 제안···서울시와 협의 없어 실행 여부 미지수

‘목동신시가지아파트’는 대부분의 단지가 준공 30년을 넘어 재건축 연한을 충족한 상태다. 각 단지별로 재건축 첫 단지의 관문인 정밀안전진단 신청 준비가 한창 진행 중에 있다.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목동신시가지아파트’는 대부분의 단지가 준공 30년을 넘어 재건축 연한을 충족한 상태다. 각 단지별로 재건축 첫 단지의 관문인 정밀안전진단 신청 준비가 한창 진행 중에 있다.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목동신시가지 재건축이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만난 모양새다. 용도지역 종상향에 따른 공공기여를 두고 1~3단지와 서울시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서울시는 종상향을 위해선 임대주택 20%를 공급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1~3단지는 조건 없는 종상향을 주장하고 있다. 양천구가 임대주택 대신 공원 조성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서울시와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실행 여부는 미지수다.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목동신시가지 1~3단지에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을 상향에 재건축하는 대신 용적률의 20%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건립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1~3단지 주민들은 조건 없는 3종 상향을 요구하고 있다. 최초 용도구역 제도 도입 때 현황에 맞지 않게 용도지역을 지정했기 때문에 종상향을 위해 별도의 조건을 내걸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현재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 중 용도지역이 2종 일반주거지역인 곳은 1~3단지뿐이다.

문제의 시작은 서울시가 일반주거지역을 1·2·3종으로 나누는 용도지역 세분화 작업을 했던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양천구는 14개 단지 모두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모든 단지가 조건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되기 위해선 13층 이상 건물의 수가 총 건물의 10% 이상 초과해야 했다. 1~3단지도 13층 이상의 건물 수가 각 23.5%, 21.6%, 20%로 3종 일반주거지역의 조건을 충족했다.

하지만 당시 용도지역 배정 할당량을 자치구별로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기준 있었다. 서울시는 다른 자치구와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양천구의 3종 일반주거지역 비중을 줄이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 결과 4~14단지는 3종 일반주거지역, 저층 비중이 높은 1~3단지는 향후 종상향을 약속받고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됐다.

주민들이 조건 없는 종상향을 요구하는 이유는 사업성 때문이다. 지난 4월 NH투자증권이 발표한 ‘목동 재건축 심층분석 보고서’를 살펴보면 1~3단지가 조건 없는 종상향에 성공해 용적률 300%로 재건축할 경우 5단지 다음으로 사업성이 높게 평가됐다. 5단지는 35평 아파트를 짓고 기부채납(15%)을 하고도 13.48평이 남아 사업성 1위를 차지했다. 이어 1단지가 10.93평, 2단지가 12.80평, 3단지가 12.29평으로 2~4위를 기록했다. 통상 대지지분이 많아야 재건축에 유리하다. 공공기부(기부채납)를 하고 조합원 아파트를 짓고도 남는 땅이 많을수록 일반분양 가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반발에도 서울시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행법상 용도를 올려주면 반드시 공공기여를 받게 돼 있다는 것이다. 조건 없이 종상향을 해 준 선례가 없다는 입장이다. 급기야 주민들은 과거 행정처분에 대한 원상 복구를 해달라고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을 넣은 상태다.

양 측의 이견차가 좁혀지지 않자 양천구가 중재에 나섰다. 양천구는 서울시에 1~3단지 종상향을 위한 ‘목동그린웨이’ 조성을 제안한 상태다. 국회대로 공원에서 안양천까지 연계된 보행 녹지를 만들고 이를 일반 주민에게 개방하는 것이다. 이기재 구청장은 지난 7일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밝히며 “목동그린웨이 조성안은 현시점에서 공공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종상향에 따른 토지 기부채납이나 민간임대주택 건립이 없어 주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양천구의 중재안이 실행될진 미지수다. 양천구는 해당 사안을 두고 서울시와 공식적인 논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종상향에 따른 공공기여 기준을 만족하기 위해선 국회대로 공원 수준의 땅의 넓이를 확보해야 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양천구 관계자는 “이번 제안에 대한 주민 의견을 수렴해 서울시와 협의를 거쳐 향후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추진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1~3단지가 주춤한 사이 다른 단지는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14개 단지 중 9개 단지는 정비계획 수립에 착수했고 이 중 8개 단지(5·6·7·8·10·12·13·14)는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을 신청한 상태다.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목동 택지지구에 대한 지구단위계획 결정안을 통과시켰다. 계획안에는 1980년대 건설된 목동신시가지 1~14단지를 미니 신도시급인 약 5만3000가구로 탈바꿈하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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