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수수료 적격비용 개선안 3분기 발표
재산정 주기 3년→5년 연장 방안 거론
카드업계 “시간벌기일 뿐 근본적 대책 될 수 없어”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산정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작년 2월 출범했던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가 오는 3분기 중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카드업계에서는 이번 개선안도 반쪽짜리 대책에 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카드수수료 원가 산정방식 등 세부 사항을 손보는 것이 아닌 재산정 주기를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탓이다.

금융당국은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이후 3년마다 적격비용 재산정 작업을 통해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을 시행해오고 있다. 적격비용 재산정을 통해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함으로써 소상공인의 비용 부담을 낮춘다는 취지에서다. 문제는 여러 차례의 수수료 인하에도 불구하고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카드수수료 재산정 제도 도입 이후 그동안 4차례 수수료 조정으로 가맹점주의 수수료 부담은 많이 낮아진 상황이다. 영세·중소 가맹점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대부분의 가맹점이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으며 전체 가맹점의 약 92%는 사실상 수수료가 0%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상공인의 자금난이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은 결국 그들의 근본적인 경제적 부담이 카드수수료에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당국이 엉뚱한 나무만 올려다보던 사이 카드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된 카드사들은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2018년 말 235개였던 카드사 국내 영업점 수는 지난해 말 145개로 반토막 가까이 축소됐다. 지난 2020년 말 9000명이 넘었던 신용카드 모집인 수도 올해 들어 7000명대로 쪼그라들었다. 적격비용 재산정으로 수익이 줄어든 카드사들이 공격적인 비용절감에 나선 결과다.

카드 소비자들도 카드수수료 인하의 간접적 타격을 겪고 있다. 연회비 대비 혜택이 좋은 일명 ‘알짜카드’들이 줄줄이 단종됐으며 무이자 할부 기간도 6개월 이상을 찾아보기 어려워지면서다. 결국 소상공인, 카드사, 카드소비자 등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로 웃는 이들은 아무도 없는 셈이다.

금융당국이 조만간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카드업계에서는 답답한 기색이 역력하다. 개선안의 주요 내용으로 거론되는 5년 주기 연장은 사실상 시간벌기일 뿐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시각에서다. 이번 개선안으로 카드수수료율 재산정 주기가 5년으로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그간 재산정 논의가 매번 수수료 인하로 귀결됐던 점을 고려하면 기대효과는 미미하다. 또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소상공인 보호를 명분으로 ‘생색내기’ 식의 수수료 인하 압박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카드수수료 재산정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다. 강산도 변하는 긴 시간 동안 제도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커진 상황이다. 선거철마다 표심을 잡기 위해 정치권이 꺼내 드는 카드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있다. 우대수수료율 적용 가맹점 범위를 다시 조정하거나 카드사들의 자금 조달 비용을 고려해 적격비용을 재검토하는 등 원점으로 돌아가 카드수수료 제도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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