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업체 선정 과정서 서울시 고발 진행, 이달엔 조합 운영점검 실태조사까지
압구정4·5구역은 신통기획 가이드라인 준수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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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특별계획구역 재건축 사업 현황 / 그래픽=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부촌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구역 내 재건축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일부 구역은 사업성 향상 차원에서 용적률을 높이는 설계안을 채택했다가 인허가권자인 서울시와 대립 구도를 형성하는 반면, 또 다른 구역들은 서울시가 지원하는 정비사업 추진 방식인 신속 통합 기획(이하 신통기획) 지침을 준수하며 불필요한 신경전으로 인한 시간과 비용 소모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오는 11일까지 약 2주간 압구정3구역 조합 운영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공문을 통해 “조사를 기피하거나 방해하는 사례가 발생하면 관계 법령에 따라 불이익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시는 지난달 해당 구역 조합이 설계안 공모를 추진하면서 용적률을 서울시 지침인 300%가 아닌 360%로 설계한 희림건축을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그러나 압구정3구역 조합은 서울시 고발에도 지난달 15일 2023년 정기총회에서 희림건축을 설계회사로 확정하며 대립각을 형성하는 모양새를 보이자, 일각에서는 시의 조합 점검이 보복성 차원의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내는 상황이다.

이쯤 되자 재건축 사업이 늘어질 게 우려하는 주민들도 나오며 사분오열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3구역 내 한 소유주는 “인허가권자인 서울시에 밉보였다간 은마나 잠실주공5단지 꼴이 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실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2003년 추진위가 생기면서 본격적으로 진행됐지만 정부의 규제로 20년간 답보 상태였다. 그나마 이달 중순 조합설립총회를 개최하며 정비사업의 첫발을 떼지만 49층으로의 층수 상향 조정,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의 아파트 관통 문제 등으로 서울시 및 국토부와 힘겨루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5단지 역시 23년 전인 지난 2000년 시공사를 선정하고도 아직까지 사업시행인가 조차 받지 못한 상황이다. 3구역의 또 다른 조합원은 “압구정과 성수동을 잇는 보행교 신설 비용까지 조합 몫이라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신통기획 추진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3구역과 달리 압구정 여타 구역들은 시의 가이드라인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인허가권자인 서울시와의 관계가 어긋났다간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한 영향이다. 내달 27일 설계안 접수를 마감하는 압구정5구역 재건축조합은 공모지침을 통해 설계회사에 신통기획에 따라 공모작을 제안하라며 시의 지침을 준수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했다. 이보다 앞서 설계공모를 진행한 압구정4구역 조합도 신통기획을 기준삼아 공모작의 세부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결격 사유가 발견된 업체는 이달 26일 홍보부스를 개관하지 못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재건축 사업이 지연되면 조합이나 조합원이나 금융 조달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입지나 사업성 못지않게 속도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은 그 어떤 사업보다 시간이 돈”이라며 “시와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으면 3구역은 최악의 경우 설계자와 설계안 재공모에 돌입하며 부담이 커질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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