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11.5달러, 7개월 만에 두 자릿수 기록
에틸렌 스프레드 150달러 수준, 손익분기점 300달러 ‘반토막’ 수준

울산의 한 SK에너지 주유소 모습. /사진=SK
울산의 한 SK에너지 주유소 모습. /사진=SK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국제유가 급등에 일부 주유소에서 휘발유 판매가격이 리터당 2000원을 넘어서면서 지난해와 같은 가격 폭등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정유사들은 실적반등을 확실시하고 있는 반면 석화업계는 원가 상승부담으로 하반기 전망이 불투명하다며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9일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약 1700원이다. 한달 전인 지난달 9일 1570원과 비교하면 130원 오른 셈이다. 서울 평균 가격은 1779원으로 판매 가격이 2000원을 넘어선 주유소들이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같은 기간 경유는 1380원에서 1534원으로 154원 올라 휘발유보다 상승 폭이 더 컸다. 경유 가격이 1500원대를 넘어선 것은 올해 5월 10일 이후 3개월여 만이다.

시장에선 휘발유·경유 가격 상승 원인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감산 조치로 공급량이 타이트해진 것에 더해 러시아의 수출량 감소, 여름 성수기 도래 등을 꼽는다. 아울러 현재 흐름인 고유가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동향이 심상치 않다. 연중 최고치에 근접한 수치”라며 “사우디아라비아뿐만 아니라 OPEC 등의 감산 기조가 유지되면서 고유가 국면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유가급등에 정유업계는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7개월 만에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하반기 실적회복을 기대하는 눈치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등은 올해 2분기 정제마진 약세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들 4사의 정유 사업부문의 적자 총액은 1조원 규모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단, 하반기 들어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정제마진도 오르기 시작했다. 정유사들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5달러다. 올해 5월 2.6달러까지 떨어지는 등 수개월간 손익분기점을 밑돌았지만, 이달 들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달 첫째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11.5달러다. 주간 기준으로 볼 때 올해 1월 넷째주(13.5달러) 이후 가장 높다. 7개월여 만에 10달러를 돌파한 정제마진이기도 하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업황 및 시장 분위기가 사뭇 다른 양상”이라며 “반등을 시작한 정제마진은 하반기에도 지속적으로 상승해 정유사들의 실적 강세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석유화학업계에선 정유사들과 달리 한숨만 나오는 상황이다. 시황 불안에 유가 상승으로 인한 원가 부담까지 겹치며 실적 악화일로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어서다. 석유화학 제품 원가의 약 70%는 나프타 가격인데, 유가가 오르면 해당 원자잿값이 치솟는다. 이로 인해 석유화학 기업의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에서 나프타 가격을 뺀 것)가 낮아지게 된다.

에틸렌 스프레드의 손익분기점은 일반적으로 300달러인데, 올해 2분기는 248달러였다. 하반기에는 150달러 수준까지 낮아지며 ‘공장가동=마이너스’인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제품 수요가 크게 줄어든 데 더해 나프타 가격이 오르면서 제품 감산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시기”라며 “수요가 없는 상황에 공장을 정상가동하는 것은 재고만 쌓는 셈이어서 당분간 시장 상황에 맞춰 제품 생산량을 조절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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