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체·2차전지·HBM 테마 속 투기 수요↑
전문가 “따라갔다 손실···휩쓸리지 않아야” 조언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역사는 반복된다. 주식 시장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기대감만으로 연결고리가 강하지 않은 종목들이 급등하는 테마주 장세가 펼쳐지면서 손실을 보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17세기에 벌어졌던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 역사가 고도화된 현재의 자본시장에서 사실상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이 같은 모습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현재진행형인 상온·상압 초전도체 테마가 꼽힌다. 조그마한 연결성만 있다면 주가가 급등했다 급락하는 큰 변동성을 보인다. 테마로 엮인 기업들이 관련성을 부인했음에도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꿈’이 현실화된 2차전지 업종 역시 투기로 연결되는 테마주의 관점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 목소리도 있었다. 실적으로 증명되는 일부 상장사들을 제외하면 버블을 의심해야 한다는 평가다. 그중에서도 2차전지 투자 열풍에 편승하기 위해 관련 사업을 스리슬쩍 끼워 넣는 일부 상장사들이 전형적인 테마주 양상을 띤다는 지적이다.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고대역폭메모리(HBM) 테마도 실체 여부를 살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HBM의 성장성은 사실에 가깝지만 실제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상장사들은 아직 가려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약한 연결성만으로 투자했다가 이른바 ‘세력’의 먹잇감이 되기 십상이라는 경고의 목소리를 들려주기도 했다.

올 들어 유독 테마주가 시장을 주도하는 배경에 극대화된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를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포모는 소외 될 것 같은 공포감이나 대중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할때 느끼는 불안감을 의미한다. 주식 시장에서는 소수의 주도주가 급등할 때 상대적으로 느끼는 박탈감을 말한다. 결과적으로 급등세를 보이는 종목에 같이 들어가 포모로부터 벗어나려는 욕구가 테마주 장세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테마주를 따라잡으면서 성과를 내는 투자자들도 있다. 그러나 높은 변동성에 따른 리스크를 감안하면 승자로 남기가 쉽지만은 않다. 더구나 최근처럼 증시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았을 때는 순식간에 평가 손실이 불어날 수 있다. 투자심리가 차갑게 식을 경우 문제는 더욱 커지는데 유행이 다시 돌아오기 전까지 고점 회복이 요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투자 전문가는 이 같은 장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매체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전문가는 “유튜브나 텔레그램 등 정보를 쉽게 취득할 수 있는 매체가 많아졌는데 이는 정보의 편향성을 짙게 하고 포모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선 이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공을 매번 칠 필요는 없다. 당신이 치고 싶은 공을 기다려라’는 워런 버핏의 격언도 기억해봄직 하다. 워런 버핏은 야구에 빗대 개인 투자자의 가장 큰 장점을 시간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테마주 장세, 포모 장세에 매번 휘두르기 보다 ‘내 차례’를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조언으로 해석이 가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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