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까지 주거용 오피스텔로 변경 해야
어기고 거주할 시 매년 공시가 10% 이행강제금 부과
용도변경 요건 까다로워··· “현실적으로 불가능”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생활형 숙박시설’ 수분양자들이 벌금 폭탄 우려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오는 10월 14일까지 생숙을 오피스텔로 변경하지 않고 거주하면 공시가의 10%의 이행강제금을 내야 해서다. 용도를 변경하려면 건물을 새로 짓지 않는 한 오피스텔 기준을 충족시킬 수 없는 단지가 대부분이라 수분양자들은 ‘진퇴양난’에 빠진 모양새다.

◇아파트 대체재로 각광받았지만···올 10월부터 ‘생숙→오피스텔’ 용도변경 의무화

7일 국토교통부와 업계에 따르면 생숙은 10월 15일부터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게 금지된다. 생숙의 실거주를 제한하기 위한 숙박법 신고의무 유예기간(2년)이 만료되기 때문이다. 수분양자는 유예기간 만료 이후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하지 않고 실거주할 경우 매년 시세의 10%에 대항하는 이행강제금을 물게 된다.

생숙은 호텔과 오피스텔의 중간 형태로 ‘레지던스’로도 불린다. 건축법상 숙박업 시설로 주택 용도의 사용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투숙할 수 있고 취사와 세탁이 가능해 사실상 주거시설로 사용돼왔다. 실제로 많은 수분양자들이 숙박시설 관리 위탁업체와 장기 투숙 계약을 맺는 식으로 본인 소유 객실에서 거주했다. 개별 등기도 가능하다 보니 일부 수분양자들은 합법적으로 주거할 수 있는 시설로 잘못 알고 분양받는 사례도 있었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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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생숙은 주택법을 적용받지 않아 투자처로도 인기를 끌었다. 주택이 아니어서 대출 규제에서 자유로운 데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주택 수 산정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전매제한 없이 청약 당첨 시 바로 타인에게 매매할 수 있어 웃돈을 노린 단타 수요가 몰렸다. 당첨만 되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웃돈을 받고 되팔 수 있다 보니 일부 생숙은 경쟁률이 수천대 1의 경쟁률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생숙을 적법한 용도변경 없이 주거시설로 사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투자 수요가 몰리며 시장이 과열되자 정부는 제동을 걸었다. 2021년 건축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생활형숙박시설은 주거용으로 쓸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주거용으로 사용할 경우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를 변경하도록 했다. 다만 주거용으로 알고 산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2년간 유예기간을 뒀다.

◇용도변경 ‘하늘의 별따기’···“숙박시설 활용해도 수익 내기 어려워”

문제는 생숙을 오피스텔로 변경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오피스텔 기준에 맞추려면 주차장 면수를 더 늘리고 복도폭을 넓혀야 한다. 현재 상당수 생숙은 주차장을 늘리기 힘든 구조다. 복도폭도 오피스텔 기준인 1.8m 이상이어야 하지만 처음부터 생숙 용도로 지어진 건물의 복도는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주차장과 복도폭 등은 건축물을 다 뜯어내야 해 사실상 건물을 새로 지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지구단위계획도 걸림돌이다. 원래 주택이 아닌 생숙은 상업지역에도 지을 수 있지만 오피스텔은 불가해 계획 자체를 바꿔야 한다. 여기에 분양자 100%가 동의해야 용도변경을 진행할 수 있고 주차장 관련 조례 변경 등 지자체 협조가 필요한 문제도 많다.

전국레지던스연합회 회원들이 지난달 18일 정부 세종청사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 사진=전국레지던스연합회
전국레지던스연합회 회원들이 지난달 18일 정부 세종청사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 사진=전국레지던스연합회

조건이 까다롭다 보니 용도변경에 성공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국 생숙은 8만6920가구로 집계됐다. 이 중 오피스텔로 변경된 건수는 지난 2월 기준 42개 동, 1033가구에 불과하다. 그나마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한 곳들도 대부분 전용면적 85㎡ 이하의 소규모 원룸형이다. 생숙 분양자들 모임인 전국 레지던스연합은 지난달에 이어 오는 9월에도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생숙을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하지 못하면 무조건 숙박시설로 써야 한다. 위탁업체를 두고 숙박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문제는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많은 생숙은 아파트 대체재로 공급되다 보니 수익을 내기 힘든 입지에 자리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생숙이 숙박시설로 분류되는 만큼 수익을 내려면 관광 수요가 많아야 한다”며 “하지만 대부분 생숙은 부동산 규제로 아파트 구입 문턱이 높을 때 대체재로 마련됐기 때문에 관광과 동떨어진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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