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호 변호사, 외교부 장관 상대 두 번째 정보공개청구 소송
송 변호사 “日, 선제적·공식적으로 관련 내용 국제사회에 발표”
“1차 소송과 중대한 사정변경···비공개시 日 주장 인정하는 셈”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의 글렌데일시 ARC 앞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 사진=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의 글렌데일시 ARC 앞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한국이 ‘성노예’라는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인정했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한 두 번째 행정소송이 제기됐다.

일본이 국제사회에 선제적으로 이 같은 주장을 반복해 발표한 상황에서, 외교관계의 특수성을 이유로 비공개 결정했던 1차 소송과는 중대한 사정변경이 있다는 게 원고 측 설명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송기호 변호사는 지난 2일 서울행정법원에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관련 정보공개청구소송을 제기했다고 6일 밝혔다.

청구 취지는 ▲2015년 12월28일 전시 성노예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한일 합의에서 한국이 성노예라는 표현이 사실에 반하므로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일본에 확인해 주었거나 의사표시한 내용이 기재된 한국 측 관련 문서이다.

나아가 송 변호사는 ▲일본의 2019 외교청서에서 ‘한국이 성노예라는 표현이 사실에 반하므로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일본에 확인해 주었다’고 기술한 부분에 대해 한국이 유감 또한 항의한 관련 한국 측 문서도 함께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송 변호사는 2016년에도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 문서를 공개해야 한다며 법원의 문을 두드린 적이 있다. 당시 한일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발표했는데, 당시 발표에서 일본 측 법적 책임을 명확하게 인정한 내용이 빠져 비판을 받았다.

1심은 외교 분야 특수성을 고려할 때 정보 비공개로 보호되는 국익이 국민의 알권리보다 크지 않다며 송 변호사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이를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도 비공개로 진행된 외교 협상 내용을 공개할 경우 국익이 현저히 침해될 우려가 있다며 원심 판단을 확정했다.

송 변호사가 2차 소송을 제기한 이유와 1차 소송과 다른 사정은 ‘일본의 외교청서 발표’이다. 일본은 2019년부터 올해까지 5년째 공문서를 통해 국제사회에 ‘위안부가 성노예라는 표현은 사실과 달라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한국이 일본에 확인해 줬다’는 취지의 발표를 반복하고 있다.

송 변호사는 시사저널e와의 통화에서 “1차 소송에서 대법원이 정보공개 청구를 기각한 논리는 ‘문서 공개 시 외교관계와 국익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는 것이었다”라며 “그러나 현재는 일본 정부가 선제적으로 관련 정보를 공개했으며, 이는 중대한 사정변경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사건 공개 청구 대상 정보는 2015년 위안부 협상 전반에 관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일본이 ‘먼저’ 국제사회에 발표한 부분에 한정된 것이다”며 “이 사건 공개 청구 대상 정보는 이미 일본의 외교청서에서 공개된 것으로서 비공개로 보호하려는 이익이 있다고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공개청구 대상 정보는 헌법재판소가 판시한 전시 성노예 위안부 문제의 본질과 관련된 것이고 한일 위안부 협의의 의미를 확인하기 위해 공개가 필요한 정보”라면서 “이미 일본이 국제 사회에 공언한 내용과 관련된 이 사건 정보를 공개한다고 해서 외교 관계 등에 대한 영향이나 국가이익의 실질적 손상 정도가 중대하다고 보기 어렵다.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일방적이고 공식적으로 국제사회에 발표한 것에 대해 당사자인 한국이 공개를 거부한다면 일본 정부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라며 “한일관계 왜곡을 막기 위해 반드시 규명이 필요한 내용이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