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수출시 중국 상무부 허가 의무화
“광물 관련 기술 통제 등 추가 조치 가능성”
정부, 민관합동 대응·대체지 모색 등 대비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중국이 단행한 갈륨·게르마늄 수출통제가 당분간 풀리지 않을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핵심 광물 기술 통제 등 추가 조치 가능성도 거론되면서 우리 산업계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당장 큰 타격은 없겠지만, 공급망을 쥐고 흔드는 중국의 움직임이 우리 기업의 가격경쟁력을 낮출 수 있어 정책 대응이 필요하단 지적이 제기된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이달부터 갈륨 관련 품목 24개와 게르마늄 관련 품목 14개 수출시 자국 상무부 허가를 의무화한 수출통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대중국 기술제제를 강화한 것에 대한 보복 성격의 조치다.

갈륨은 반도체, OLED, 휴대전화 충전기, 전기차 등에, 게르마늄은 광섬유, 적외선카메라, 태양광 전지 등에 각각 들어간다. 두 물질 모두 중국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전세계 생산량의 절반 이상(60~80%)을 점유하면서 과점 체제를 형성하고 있으나 요소수나 다른 희토류처럼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인 광물은 아니다.

이에 중국의 이번 조치로 우리 산업계가 과거 요소수 사태처럼 당장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은 낮단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상황이 길어지면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가 높은 점을 감안할 때 비용 증가나 생산 차질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전문가들은 중국이 수출통제를 길게 끌고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효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중국이 수출통제를 카드로 이용하려 하고 이를 통해 자원을 무기화할 수 있단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기에 중국 쪽에 어떤 호의적 조치가 내려질 때까지 계속 시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것 말고도 핵심 광물 기술에 대한 통제 같은 다른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중국의 수출통제가 얼마나 갈지 예단하기는 어렵다”며 “정부는 민관합동조직인 소재수급대응 지원센터에서 기업들의 수급동향을 상시 점검, 모니터링하고 있고 어려움이 생길 경우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대체 공급지가 필요할 경우 코트라와 연계해 지원할 계획이다. 김 연구원은 “원래 갈륨, 게르마늄 생산 공급은 다른 나라에서도 했었는데 중국이 워낙 저렴하게 공급하다보니 중국쪽으로 많이 치우치게 됐다”며 “상황에 따라 러시아, 우크라이나, 독일 등 다른 생산국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비축을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재 정부 비축분 기준 갈륨은 40일분이 있는 반면 게르마늄은 비축분이 없는 상황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분 게르마늄은 비축하고 있지 않다”며 “기업 재고 부분도 있고 비축은 보관의 기술적 부분도 봐야 한다. 게르마늄 비축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 외에 그간 중국이 진행해온 수출통제 정책 흐름을 주목해야 한단 조언이 나온다. 최근 중국은 글로벌 공급망 내에서 중국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자재, 핵심부품에 대한 수출관리를 강화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자국 공급망 안전과 첨단기술 발전을 이뤄내겠단 의도가 담겼다. 수출통제 품목인 갈륨은 중국이 정책 역량을 집중하는 차세대 반도체의 대표 재료란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첨단산업 공급망을 자국 내에 심겠단 전략이 읽힌다.

중국 전략은 향후 우리 산업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단 지적이다. 조은교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국은 자신들이 보유하지 못한 핵심기술은 장기적 관점에서 연구개발에 투자하면서 기술 기반 공급망을 확보하고 중국이 보유한 원자재, 제조업의 대규모 생산 능력, 가격경쟁력, 세계 최대 소비자 시장 등을 레버리지로 삼는 전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미 세계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한 공급망 우위를 기반으로 저가 시장을 장악하고, 원자재의 전략자산화를 통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경쟁국의 가격경쟁력을 낮출 수 있다. 동시에 기술 기반 공급망을 내재화해 원자재 조달 우위를 확보해 중국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며 “이 경우 국내 산업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여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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