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이 ‘구심점’ 역할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전 세계를 내 힘만으로 공략하는 모더나의 방식을 택한다면 우리는 백발백중 실패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11월 개최한 ‘제4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 수립 공청회에서 나온 말이다. 이날 묵현상 국가신약개발재단 사업단장은 “땅바닥을 파는 것부터 시작해 전 세계 점유까지 나아가는 모델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가능하지도 않다”며 “혼자 다 하려고 하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들하고 일을 같이하는 것이야말로 글로벌 시장에 들어가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제약·바이오 업계는 협업과 오픈 이노베이션 이미 활발하다. 이에 더해 기업이 나서서 ‘구심점’을 만든 사례도 속속 등장했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을 개발 중인 기업 27개사가 함께 발족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기업협의회’와 국내 21개 유전자교정 기업이 모여 출범한 ‘유전자교정 바이오산업발전 협의회’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기업협의회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과 활성화를 추진해간단 계획이다. 지난달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발족식에서 협의회 측은 “마이크로바이옴은 아직 선두주자가 없는 분야”라며 “한국이 차세대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는 분야인만큼, 함께 노력해 경쟁력을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곧 기업이 함께 모이는 학회 등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기업협의회는 한국바이오협회 산하로 발족됐으며 회장사는 CJ바이오사이언스다. 운영위원장사로 고바이오랩이 참여한다. 운영위원사에는 에이치이엠파마, 이뮤노바이옴, 종근당바이오, 지놈앤컴퍼니 등이 이름을 올렸다. 

유전자교정 기업도 모였다. 최근 유전자교정 식물·동물 분야 바이오 벤처기업 21개사가 모여 출범한 ‘유전자교정 바이오산업발전협의회’다. 유전자교정 관련 협의체 출범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장사로는 툴젠이 선임됐다. 툴젠 외 그린진, 라트바이오, 레드진, 메디프로젠, 바이오에프디엔씨, 엠젠솔루션, 엣진, 지에이치바이오, 지플러스생명과학 등 총 21개 기업으로 협의회가 구성됐다.

유전자교정 바이오산업발전협의회는 유전자교정 관련 기업이 규제완화를 위해 한목소리를 내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출범했다. 산업계 입장과 개선 방향 등을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할 계획이다. 국내에 유전자교정 원천 기술을 보유한 회사가 많음에도, 규제에 발이 묶여 있어 산업 발전이 더디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세계 각국은 유전체교정 기술을 이용한 농작물 등에 유전자변형생물(GMO) 규제 면제를 적용하는 추세다. 유전체교정 기술을 농축산물에 적용하면 품질과 경제성 등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유전자를 재조합해 만든 GMO에 비해 유전체 교정 기술은 상대적으로 안전해서다. 미국은 유전자편집작물을 GMO로 간주하지 않는다. 일본도 관련 기술을 도입한 농작물 생산 등에 나서는 등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규제 완화 방안은 아직이다. 이에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해 관련 업체가 모인 것이다. 

바이오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할 수 없다. 각 분야의 경쟁력 강화와 산업발전을 위해 스스로 모이고 구심점을 만들고자 하는 업계에 기대가 생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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