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동산 대출 정책 완화로 주담대 급증
사상 최대 가계대출 잔액에 우려 제기
긴축 전환 필요성 전문가도 의견 엇갈려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우리 경제 뇌관인 가계대출이 정부의 부동산 대출 완화 영향으로 급증하고 있다. 이에 주택담보대출 등 정책 방향을 재점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재 부동산 시장에 낀 버블을 감안할 때 유동성을 회수하는 쪽으로 전환해야 한단 진단과 가계대출 증가폭이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기조를 감안할 때 아직은 위험 수준이 아니란 반론이 엇갈린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졌다. 지난 6월말 기준 국내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5조9000억원 증가한 1062조3000억원으로 통계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계대출 증가는 주택담보대출이 주도했다. 올 2월 3000억원 감소한 주담대는 3월(2조3000억원), 4월(2조8000억원), 5월(4조2000억원), 6월(7조원) 등 4개월 연속 증가했다. 특히 6월 증가폭은 3년 4개월 만에 최대치다. 

이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에 따른 영향이란 분석이다. 정부는 지난해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기위해 다양한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안을 내놓았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를 완화하고 특례보금자리론(9억원 이하 주택 매입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제외)을 출시한데 이어 최근엔 역전세 대책으로 임차보증금 반환 용도일 경우 집주인에 대해 DSR 적용을 완화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정부가 대출 규제를 풀면서 시장에선 정책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대출 완화로 집값이 바닥을 쳤단 얘기가 나오는 가운데 은행 대출금리도 낮아지면서 대출을 껴서 주택을 구매하는 수요가 늘었다. 

이에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책이 현재 상황에 적절한지 제대로 된 진단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다만, 현 상황을 바라보는 전문가 진단은 다소 엇갈린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계대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이미 위험한 수준이다. 지금 부동산 버블이 상당히 껴있는 상황인데 터지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가 주요국 중 최고 수준인데 여기에 전세보증금까지 포함하면 압도적인 세계 1위”라고 지적했다.

가계부채가 많으면서 주거 비용도 상당히 비싸 버블이 낀 현 상황이 오래 지속되기 어렵단 분석이다. 2021~2022년 유동성을 풀어준 이후 집값이 크게 오른 뒤 제대로 된 긴축이 없었단 점도 문제점으로 짚었다. 

강 교수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그간 완화했던 규제를 다시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며 “금리는 올리는 게 맞다. 해외 주요국에 비해 금리 차이가 벌어지는데 통화당국은 경고만 할 뿐이다. 다소 고통스러워도 금리를 올려야 미래에 더 큰 위기가 오는 걸 막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가계부채 증가 수준이 아직은 정책 기조를 틀 정도로 위험 단계가 아니란 분석도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계부채, 주택담보대출 증가 속도는 아직까진 위험스런 수준이라고 평가하진 않는다”며 “지금보다 대출 증가 속도가 더 높아진다면 그땐 정책적 대응도 필요하겠지만 아직은 그 단계까진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출이나 금리 등 정책 기조 변화 필요성에 대해선 “당장 긴축으로 전환할 필요는 없다”며 “연준의 기준금리가 거의 정점에 도달했다고 평가할 수 있어 굳이 우리 정책 기조를 더욱더 긴축으로 끌고 갈 필요가 높아 보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황 위원은 “현재 한미간 기준금리 차로 인해 외국인 자본 유출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진 않는다”며 “미 연준 기준금리가 더 올라가면 모르겠지만 동결 기조라면 외국인 자금유출이 급격히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대출 규제 완화가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지만 대출 증가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지지 않도록 대출 규제 완화에 있어서도 정부가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한단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계대출 증가 자체가 큰 문제는 아니다. 다만, 지금은 연체율도 증가하고 있다”며 “전세보증금 문제로 인한 대출 완화 정도는 이해할 수 있으나 추가적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 확대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금리 상승요인이 상당한 상황에서 대출 확대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DSR 같은 것을 추가 완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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