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특화설계” vs 포스코이앤씨 “파격 공사비”
“입지·상징성 갖춰···향후 수주전에도 우위 점할 수 있어”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여의도 재건축 1호’ 한양아파트에서 ‘하이엔드 브랜드’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수주전은 이곳에 오랜 공을 들인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의 2파전이 거론되고 있다. 여의도에 첫 깃발을 꽂기 위해 두 건설사는 각각 ‘디에이치’와 ‘오티에르’를 앞세워 충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한양아파트는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 중이다. 입찰은 오는 9월 20일 마감될 예정이다. 입찰 참여 건설사는 입찰보증금 150억원(현금 50억원·이행보증보험증권 100억원)을 조합에 납부해야 한다. 공동도급(컨소시엄)은 허용되지 않는다.

한양아파트는 1975년 지어져 올해 준공 48년 차를 맞이한 단지다. 8개 동, 588가구로 구성됐다. 이곳은 2021년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단지로 선정됐다. 신속통합기획안에 따르면 주거·상업·오피스 등이 결합된 금융 특화형 주상복합 단지로 거듭난다. 용도지역 상향(제3종일반주거지역→일반상업지역)을 통해 최고 56층, 5개 동, 956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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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중심부에 위치한 데다 1000가구 대단지인 만큼 시공사로 선정된 건설사는 랜드마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서울 지하철 5·9호선 여의도역과 5호선 여의나루역, 9호선·신림선 샛강역 등이 도보권에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또 단지에 경전철 서부선 한양아파트역(가칭)도 신설될 예정이다.

상징성과 입지성이 우수한 만큼 대형 건설사들의 관심도 뜨겁다. 어제(1일) 열린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엔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호반건설 ▲HDC현대산업개발 ▲효성중공업 등 10개 건설사가 참여했다.

가장 적극적인 건설사는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다. 현대건설은 직원들이 단체로 옷을 맞춰 입고 여의도 일대 환경정화 봉사활동을 벌이는 등 주민들에게 눈도장을 찍기도 했다. 한양아파트 수주를 기원하는 출정식을 열고 특화설계를 통한 단지의 프리미엄 강화 방안을 준비 중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여의도 마천루를 대표하는 파크원(69층) 시공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3.3㎡당 780만원 수준의 파격적인 공사비 제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당초 업계에서 예상한 공사비(3.3㎡당 900만원)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고급 브랜드 경쟁도 관전 포인트다. 현대건설과 포스코앤씨는 각각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와 ‘오티에르’를 내세우고 있다. 앞서 두 건설사는 서울 서초구 방배신동아 수주전에서 경쟁 구도를 형성했으나 막판 현대건설이 발을 빼면서 하이엔드 브랜드 대결이 무산됐다. 포스코이앤씨는 단독 입찰로 수주에 성공하며 방배신동아에 오티에르를 처음으로 적용했다.

업계에선 한양아파트를 수주할 경우 여의도에서 입지를 공고히 함은 물론 향후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의도 내에선 한양아파트를 비롯한 16개 단지(8000가구)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여의도 16개 재건축 예정 단지 가운데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르다”며 “여의도 재건축 사업을 선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사업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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